IMF가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 시장 참가자들이 실체 없는 뭔가에 씐 것일까. 위기설이 사실이면, 그간 세계적으로 외환위기가 뜸해 재정난에 빠져 있던 IMF로서는 오랜만에 물을 만난 셈이 되고, 당연히 싸던 짐을 다시 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위기설은 어느 모로 보나 위기설로서 제대로 된 위용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 건강하던 사람도 피곤한 상태에서 밥 굶고 여러 병원균에 노출되면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외국인이 왠지 자꾸 채권 회수만 해 대고 적든 많든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된다면 어느 나라 경제든 버틸 장사가 없다. 문제는 위기설이 전제로 하고 있는 이런 가정들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외견상 허술해 보이는 이런 위기설이 시장에서 실제 먹혀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울고 싶은 데 뺨 때린 격으로, 올해 들어 환율이나 주가가 약세를 보여 왔는데, 위기설이 이를 더욱 촉진시켰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지난해까지 원화는 수출 기업의 투기적 수요가 많아 독보적인 강세를 보였지만 이제는 그에 따른 조정이 독보적인 약세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위기설의 충격으로 주가가 많이 내렸지만 이제야 비로소 세계 주가 평균 하락률 수준을 따라잡은 정도다. 특별히 위기설 때문에 더 악화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투자자들이 이런 허술한 시나리오에도 크게 흔들릴 만큼 시장에 대한 신뢰가 취약해졌다는 해석이다.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한 자신감, 시장의 안정성 및 정책 당국의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의 약화 말이다. 금융 자산 가격은 펀더멘털과 투자심리의 함수이다. 펀더멘털이 괜찮더라도 투자심리가 기조적으로 악화되면 가격은 떨어지게 돼 있다.
이런 해석들이 옳다면 위기설을 계기로 급락한 원화나 주가는,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단기간에 원상회복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해외 시장이 받쳐 주어야 하고 또 투자심리 회복에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위기설의 진위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설이 통하게 된 원인에 대한 처방이 더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장·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