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철새 신입사원 붙잡아라”

  • 입력 2008년 9월 8일 02시 54분


신입사원 27.9% 1년내 퇴사

中企는 3명 중 1명 떠나 인력관리 큰 부담

대기업선 ‘당근책’ 총동원 각종 지원 강화

경기 시흥시에 있는 연매출 1500억 원대의 철강 제조업체인 중소기업 A사.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1∼6월) 뽑은 대졸 신입사원 5명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그만두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신입사원들이 추석 연휴 직전 상여금을 받은 뒤 대기업의 하반기 채용에 응시하겠다며 2주 간격으로 줄줄이 그만뒀다.

A사 서모 인사 담당 계장은 “대졸 신입사원에 대해서는 공장 연수기간을 대폭 줄이는 등 힘든 일을 시키지 않고 오히려 외부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많이 주지만 절반 이상이 1년을 못 버티고 나가버린다”고 호소했다.

대졸 신입사원들은 평균 26.3 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하지만, 이들 중 27.9%는 1년 내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신입사원 3명 중 1명 이상이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두는 바람에 인력 관리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종업원 100인 이상 345개 기업을 대상으로 ‘2008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 동향과 특징’을 조사한 결과 대졸 구직자 100명 중 3.8명이 최종 합격해 대졸 구직자의 입사 경쟁률은 26.3 대 1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그러나 최종 합격자 중 상당수는 입사를 포기하거나 1년 이내에 퇴사해 1년 후에도 계속 근무하는 신입사원은 2.1명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종 합격자의 입사 포기 비율은 23.7%(중소기업 31.9%, 대기업 19.1%), 입사 1년 이내 퇴사 비율은 27.9%(중소기업 36.6%, 대기업 21.0%)로 각각 조사됐다.

김동욱 경총 경제조사팀장은 “대졸 구직자들이 취업난으로 자신의 적성 및 장래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지원해 신입사원의 퇴사 비율이 높다”며 “이는 신입사원 입사 초기에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기업 특성상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296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 계획을 물은 결과 57.1%는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지만, 이들 기업 중 87.9%는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 측은 “상당수 중소기업은 신입사원이 많이 떠나는 점을 감안해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유능한 직원보다는 조직에 대한 헌신도가 높은 직원을 선호한다”며 “대졸자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산업의 미드필더인 강소(强小)기업이 나오지 않는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철새 신입사원’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에너지는 신입사원이 현업에 배치될 때 이들의 부모를 호텔에 초청해 저녁 식사를 대접한다. 한진해운은 올해 추석을 앞두고 신입사원들 집에 과일세트를 보낼 예정이다.

또 삼천리는 면접 때 철새 직장인을 가려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며 최종합격자들에게는 입사 직전 최고경영자(CEO)가 나서 회사 비전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동화기업은 신입사원 모임을 주선해 각종 공연 관람과 뒤풀이 비용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선배 사원과 상담하는 멘터제(SK텔레콤, LG전자, 외환은행 등)와 신입사원 부모에게 감사 편지 쓰기(대우조선해양, GS칼텍스)도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모시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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