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만에 처음… 잔액은 812억 증가
그동안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왔던 국내외 주식형펀드의 계좌 수가 글로벌 증시 침체의 영향으로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펀드 계좌 수 감소는 시장이 부진할 때 유입 자금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것과 달리 펀드 투자자가 아예 시장을 떠난다는 의미여서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동안 주식형펀드가 수급 상황이 좋지 않던 국내 증시를 크게 떠받쳐 왔다는 점에서 펀드시장 위축으로 증시 침체가 가속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주식형펀드 계좌 수 1년 여만에 감소
7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국내와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주식형펀드의 총 계좌 수는 1797만4830개로 집계돼 6월 말(1817만171개)에 비해 19만5341개(1.1%)가 감소했다.
월별로 집계하는 주식형펀드 계좌 수가 전달에 비해 줄어든 것은 2006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국내보다는 해외주식형 펀드의 계좌 수가 더 많이 줄었다. 7월 말 국내 주식형펀드 계좌 수는 1008만6146개로 6월보다 6만1472개가 감소한 반면 해외 주식형펀드는 788만8684개로 전달보다 13만3869개 감소했다.
판매사별로는 그동안 펀드 판매 시장을 주도해 온 은행권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국민은행은 국내외를 합쳐 감소한 계좌 수가 5만373개로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다음으로 신한은행 ―4만3961개, 교보증권 ―2만5698개, 우리은행 ―1만1326개, 외환은행 ―9047개, 농협중앙회 ―7826개, 대구은행 ―7316개 등의 순으로 계좌 수가 줄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푸르덴셜투자증권(4161개)과 동부증권(422개), 한국투자증권(122개), 삼성생명보험(1409개) 등 일부 증권사와 보험사는 계좌 수가 늘기도 했다.
은행권에서 계좌 수가 많이 줄어든 것은 일차적으로 은행권이 확보하고 있는 고객이 증권이나 보험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지만 그동안 은행권이 증시가 오를 때 위험 고지를 충분히 하지 않고 펀드 판매에만 치중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은행은 증시가 상승할 때는 은행이 가진 높은 신뢰도를 활용해 펀드를 많이 팔 수 있었지만 하락장에서는 투자자에 대한 관리나 대응이 증권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투자자들이 은행권 서비스에 실망한 것이 계좌 수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펀드 판매 잔액은 오히려 증가
주식형펀드의 계좌 수가 줄어든 것과 달리 7월 말 현재 판매 잔액은 전달보다 약간 늘었다. 7월 말 현재 주식형펀드의 판매 잔액은 139조9710억 원으로 6월(139조8898억 원)보다 812억 원 증가했다.
계좌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판매 잔액이 늘어난 것은 적은 금액을 펀드에 넣었던 투자자를 중심으로 펀드가 해지된 반면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하는 상당수 투자자들은 오히려 불입 금액을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산운용협회 김정아 홍보실장은 “적립식펀드의 87%가량이 불입금액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자유적립식’인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증시 침체기인 지금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 불입액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