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자산운용이 서울대 은퇴설계지원센터와 함께 7월에 발표한 한국인의 은퇴 후 연간소득은 은퇴 직전 연간소득의 41% 수준이었다. 미국(58%) 독일(56%) 영국(50%) 홍콩(43%) 대만(43%)보다 낮은 수치다.
같은 조사에서 은퇴 후 한국인들이 목표로 하는 소득은 은퇴 직전 소득의 62%로 나타났다. 은퇴 후 실제로 얻은 소득이 목표치보다 21%포인트나 낮았던 것이다.
은퇴 후 적정 수준의 소득을 얻으려면 오래전부터 계획을 세워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은퇴 준비를 제대로 못한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이 3월 ‘한국의 노후준비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0명 중 6명은 노후준비에 있어 자신의 목표보다 뒤처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은퇴시기가 가까운 노년층 응답자 중 절반가량이 ‘준비가 미흡하다’고 답했다.
은퇴 후 준비는 20, 30대부터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은퇴를 눈앞에 뒀다면 ‘즉시연금’이나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게 대안일 수 있다.
즉시연금은 한꺼번에 목돈을 예치한 뒤 한 달 후부터 매달 연금을 종신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개인연금에 가입할 시기를 놓쳐 뒤늦게 퇴직금 등의 자금으로 노후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종신형이나 상속형으로 설계한 뒤 가입 후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주택 외에 마땅한 자금이 없는 은퇴자라면 주택연금을 활용해볼 만하다. 주택연금은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금융기관에서 연금형식으로 매달 일정액을 받는 형식이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부 양쪽이 모두 만 65세 이상이어야 하고 공시가격 6억 원 이하인 주택을 한 채만 보유해야 이용할 수 있다.
외국에 비해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는 주택연금을 활용해 노후설계를 하는 방법이 더 확산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자녀의 ‘눈치’를 보느라 주택연금 가입을 꺼리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주택 상속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방안이 있지만 행복한 은퇴를 준비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준비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대비만 철저하다면 은퇴에 대한 두려움도 기다림으로 바뀔 수 있다.
신수정 경제부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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