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조 원 규모의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미국 오티스, 독일 티센크루프, 스위스 쉰들러 등 세계 엘리베이터 업계 ‘빅 5’가 모두 진출해 경쟁을 하고 있다.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이 활발한 한국은 신규 설치 물량이 많아 엘리베이터 업계에서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인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는 기업은 ‘토종 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승강기 설치 대수 기준) 29.3%(7993대)로 1984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오티스(27.5%, 7525대)를 제치고 관련업계 1위로 올라섰다.
올 상반기에는 점유율 35.0%(4700여 대)로 2위 오티스(27.0%, 3700여 대)와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렸다. 8월에는 처음으로 월별 설치 대수 1000대를 돌파하는 등 선두 자리를 확실히 굳혀 가고 있다.
세계 10위권 업체인 현대엘리베이터가 국내 시장에서 정상에 오른 이유는 ‘맞춤형 상품’으로 시장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관리비에 민감한 아파트 주민들이 속도는 좀 느리더라도 전기를 적게 소비하는 엘리베이터를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정해 승부수를 띄운 게 먹혀들었다.
회사 측은 “우리 제품이 외국계 기업에 비해 속도가 느리지만 국내 대부분의 건물이 30층 이하여서 속도 차이가 큰 단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며 “대신 전기를 적게 소비해 관리비를 아낄 수 있는 제품으로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교환해야 하는 기어오일이 들어가지 않는 친환경 제품인 기어리스 엘리베이터를 국내 시장에서는 처음으로 중저속 기종에 도입하기도 했다.
송진철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이달 말이면 분속 600m급 초고속 엘리베이터 개발이 완료되고 내년 말에는 분속 1080m급도 선보일 계획”이라며 “앞으로 초고속 엘리베이터 시장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