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문화공간 등 활용 브랜드 ‘간접 홍보’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래미안 갤러리’는 차를 마시고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품격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역 명소가 됐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곳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의 홍보관이다. 갤러리 한쪽에 주택전시관이 마련돼 래미안아파트에 대한 고객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높이고 있다. 김왕열 삼성건설 마케팅실 부장은 “브랜드 홍보에만 주력하는 모델하우스보다 고객에게 편한 느낌을 준다”며 “주한 대사들에게 소문이 퍼져 해외 관광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홍보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고객의 삶 속에 들어가 브랜드를 알리는 ‘스텔스 마케팅(Stealth Marketing)’이 요즘 각광받고 있다.》
○ 폭넓은 고객을 친근하게 확보
일상적인 문화공간에서 스텔스 마케팅으로 조용하게 내실을 다지는 기업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10꼬르소꼬모’는 의식주 문화가 공존하는 문화공간. 2층 건물 안에는 의류, 차와 음식, 주방용품, 서적 등 다양한 소품이 전시돼 있다.
10꼬르소꼬모를 운영하는 제일모직은 “보통 명품관이나 의류매장은 ‘장사하는 곳’이란 이미지가 강해 고객에게 접근하기 어렵지만 이곳에선 고객이 부담 없이 즐기다 갈 수 있다”고 했다.
스텔스 마케팅은 기존 브랜드보다 다양한 층의 고객을 확보할 수도 있다. 백화점이나 의류매장은 여성고객이 대부분이지만 스텔스 매장에는 남성과 가족단위 고객도 많이 찾아온다. 쇼핑공간 외에 카페 등 휴식공간이 다양하게 조합돼 있기 때문.
이달부터 개장한 화장품회사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도 화장품만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 회사는 화장품 판매에 앞서 고객에게 과학적 피부상담을 받고 맞춤형 화장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 해외 문화공간은 관광명소
해외에선 기업의 복합문화공간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크리스털 액세서리 제조회사인 오스트리아의 ‘스와로브스키’는 자국(自國)에 ‘크리스털 월드’를 세워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올해 규모를 대폭 확장한 이곳은 오스트리아의 5대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미술 작품, 크리스털 공예품, 정원, 음악회 등을 접할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이다.
정상희 스와로브스키 한국 지사 차장은 “고객은 굳이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체험으로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도 도쿄(東京)의 관광지 오다이바에 1999년부터 체험공간 ‘메가웹’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방문객은 약 6000만 명. 자동차 시승공간, 박물관, 휴식공간 등을 종합해 도쿄의 대표적 관광지가 됐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마케팅전략실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선 스텔스 마케팅을 활용한 체험공간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지만 해외로까지 알려진 경우는 드물다”며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브랜드와 국가의 이미지를 함께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