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도 줄줄이 중국행
수도권의 반도체 등 첨단업종 기업에 공장 신·증설 규제를 완화해 주고 기존 공장의 증설만 허용해도 22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 한국의 수도권 공장입지 규제 때문에 외국자본과 첨단기술이 경쟁국인 중국 등으로 줄줄이 넘어가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인천과 경기 소재 119개 주요 기업을 조사해 만든 ‘수도권 공장입지 규제 합리화’ 보고서에서 44.5%(53개사)가 수도권에 공장을 신·증설할 의사가 있고 이 중 26개사는 ‘수도권 규제만 풀리면 즉시 투자하겠다’고 응답했다고 10일 밝혔다.
전경련은 “수도권 규제 때문에 지체되고 있는 이들 26개사의 투자 금액은 총 22조4142억 원”이라며 “자연보전지역에 있는 첨단 업종 A사의 대규모 투자 예정 금액(18조2000억 원)을 빼더라도 4조2142억 원의 투자가 규제 때문에 잠자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특히 수도권 공장입지 규제가 외국자본의 한국행(行)까지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첨단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독일계 B사는 한국에 중장기 투자를 계획하고 최근 35억 원 상당의 공장 증설을 검토했으나 ‘수도권에서 이미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1000m² 이상 공장을 늘릴 수 없다’는 규제에 부닥쳤다.
전경련은 “B사는 한국에 유치하려던 첨단기술 관련 시설을 결국 중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며 “중국은 한국의 규제 덕분에 연간 60억 원 이상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관련 제조업체인 중국계 C사도 공장 증설에 어려움을 겪자 아예 중국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경련은 전했다.
스웨덴계 자동차부품 회사인 D사는 최근 4차례 아시아지역 투자 결정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을 최종 후보지로 올렸다가 모두 중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전경련은 “첨단업종에 대한 공장 신·증설의 예외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시설 합리화 등을 위한 기존 공장의 신·증설 규제도 대폭 완화해야 규제로 지체된 투자 문제를 시급히 개선할 수 있다”며 “현 정부 임기 내에 수도권 규제의 폐지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