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커뮤니티 클리앙의 한 누리꾼(ID:xglory)이 공개한 삼성 휴대전화 'SCH-800' 사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휴대전화의 회로기판 위에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는 문구가 작은 흰 색 글씨로 인쇄돼 있다.
이 누리꾼은 "오래된 휴대전화를 수리하려고 개봉했는데, 평범한 회로기판 위에 '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는 글씨가 인쇄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뭔가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1998년에 제작된 'SCH-800' 모델은 삼성전자 휴대전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기념비적인 '역작(力作)'으로 평가받는 제품이다.
당시 휴대전화 시장의 최강자는 모토로라였다. 1996년 등장해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석권했던 모토로라 스타텍의 아성을 넘어서기 위해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보다 과감한 연구개발이 필요했다. 게다가 당시는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모든 기업들이 외환위기의 여파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약 2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1998년 10월에 탄생한 삼성의 첫 폴더형 휴대전화 'SCH-800'은 당시 진일보한 첨단 기술을 집결시킨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기존의 '바'형 단말기보다 부피를 거의 절반으로 줄였으면서도 기존에 2줄로 표시됐던 LCD창을 5줄로 대폭 확장시켰다.
후발주자로서의 부담과 외환위기의 어려운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던 삼성의 기술자들은 소비자는 볼 수 없는 단말기 안 회로기판에 "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는 글씨를 몰래 써 놓고 스스로를 독려했던 것이 아닐까.
이 사진을 본 한 누리꾼은 "저 단말기를 만들 당시 삼성은 국내에서야 잘 나가는 기업이었지만, 세계적으론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때였다"고 회고했다.
또 한 누리꾼은 "뭐랄까, 그 시절에서만 느낄 수 있는 투지(鬪志)를 전달하는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할 수 있다' '더 높이' 같은 말들을 되새기며 이를 악 물고 뛰었던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결국 삼성을 오늘날의 세계적인 휴대전화 메이커로 만들었다는 것.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출시된 지 오래된 휴대전화라 확인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모든 제품에 그 문구를 계속 넣어 출시하진 않았을 테고 생산 초기에 잠깐 새겨 넣은 문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