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860兆 美정부 조달시장”

  • 입력 2008년 9월 13일 01시 53분


IT 강점 국내 中企들, 군납 계약 등 잇따라… FTA비준 대비 시장개척 활발

보안용 카메라를 생산하는 유텍엔지니어링. 올해 초 미국 뉴욕 인근의 한 군부대에 주야간 감시용 카메라 11대를 설치하고 3만8000달러(약 4200만 원)를 받았다. 미국 조달시장에 진출한 지 3년 만에 올린 성과였다.

이 회사 유재웅 사장은 “영어회화 테이프를 빠르게 들으며 영어를 익혔고 3년간 매년 현지 전시회에 나가 제품을 소개했다”며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말에 작동이나 되겠느냐고 반신반의하던 조달 담당자들도 지금은 기술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미군과 20만∼30만 달러의 추가 계약을 진행 중이다. 다음 달에는 미국의 메이저 군납업체와 함께 미국 내 최대 군수용품 전시회에 제품을 선보인다.

○ 中企, 내수 부진에 해외로 눈 돌려

최근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해외 정부 조달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국회에서 비준되면 장벽이 낮아질 미국 조달시장을 뚫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의 조달규모는 2005년 기준으로 3765억 달러(약 414조 원)에 이른다. 그중 약 70%는 국방부 조달이다. 주 정부를 합치면 미국의 총 정부 조달 규모는 2004년 기준 약 7830억 달러(약 861조 원).

국내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우수한 기술이 있어도 복잡한 절차, 낮은 개방 수준, 과거 조달 실적을 요구하는 관행 등으로 쉽게 미국 조달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미 FTA에서 미국 정부는 중앙정부 조달에 대해 미국 본토 내의 과거 실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또 상대국에 개방하는 조달 하한선도 19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낮췄다.

KOTRA 권경무 시장전략팀 차장은 “한미 FTA 협상 타결 이후 미국 조달시장에 관심을 갖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며 “미국 정부 조달시장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대금 결제가 확실해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에 강점이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도전할 만하다”고 말했다.

여기다 일반 상품은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하지만 조달시장의 경우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면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다는 특성이 있어 독자적인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이 공략하기에 유리하다.

○ 민관(民官) 함께 미국 조달시장 진출 노력

국적이 중요한 군수용품은 현지 메이저 군납업체와 계약을 하고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이 주로 이용된다. 총기에 부착하는 광학조준경을 만드는 동인광학은 미 메이저 총기회사와 제휴해 다음 달 전시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미국 조달청(GSA)에 등록하고 직접 시장 개척에 나서는 업체도 늘고 있다. 4월 열린 미국 최대 정부조달 전시회인 ‘GSA 엑스포 2008’에는 국내에서 8개 업체가 참가했다.

보안필름을 생산하는 세화피앤씨는 전시회에 참석한 후 미국 업체를 통해 10만 달러의 납품실적을 올렸다. 이정신 과장은 “9월 중 미국지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라며 “올해 안에 50만 달러를 납품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KOTRA, 중소기업진흥공단, 조달청 등도 미국 조달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KOTRA는 9월 말 미국 워싱턴에서 15개 국내 업체가 참석한 가운데 마케팅 행사를 연다. 조달청은 11월 미국 조달청과 공동협력위원회를 열어 국내 업체들의 애로사항을 논의하고 해외조달 포털도 개설한다.

○ 미국 업체와 파트너십 구축해야

전문가들은 미국 조달시장에 진출하려면 기술력과 함께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조달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해외조달컨설팅의 백정흠 대표는 “국내에서 10여 개 업체가 미국 조달청에 등록됐지만 아직까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마케팅이 부족하고 물류 및 애프터서비스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현지 업체와 팀을 이루는 등의 방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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