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에탄올보다 우수” …2010년까지 R&D 1조 투입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세계 4대 그린카(친환경 자동차) 강국 진입을 위해 2011년경 그린카 전용 리튬 배터리를 상용화하고, 옥수수를 활용한 바이오에탄올보다는 해조류로 만드는 바이오부탄올을 적극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2일 SK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11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그린에너지산업 발전 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이런 내용을 담은 ‘저탄소 녹색 성장 관련 SK의 중점 추진 분야’를 발표했다. 녹색 성장과 관련한 SK그룹의 로드맵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10년까지 저탄소 녹색기술 분야 연구개발(R&D)에 약 1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5대 중점 투자 분야로 △2차전지 등 그린카 △바이오부탄올 등 바이오 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무공해 석탄에너지를 들었다.
최 회장은 청와대 보고회 직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옥수수 등 식량을 활용한 바이오에탄올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해조류나 폐목재를 활용한 바이오부탄올 및 바이오매스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부탄올은 해조류나 목재 찌꺼기 등에 미생물을 투입해 만드는 친환경적 연료로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인 BP도 바이오부탄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부탄올은 L당 에너지가 7323Cal로 휘발유(7656Cal)와 맞먹을 정도로 효율이 높은 반면 바이오에탄올은 5592Cal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바이오부탄올은 물이 섞이지 않아 기존 휘발유 파이프라인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송연료 2%를 바이오부탄올로 대체하면 시장 규모가 30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SK 측은 추산했다.
또 무공해 석탄에너지 개발과 관련해 최 회장은 “석탄은 매장량이 풍부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원이지만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오염 문제가 있다”며 “석탄을 가스화하는 석탄액화 기술을 통해 저급(低級) 석탄으로 석유, 화학제품, 전기 등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급 석탄을 10%만 활용해도 국내 연간 석유 소비의 1.5배에 이르는 합성 석유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 분야의 시장 규모는 100조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린카 전용 리튬 배터리 개발과 관련해 “휘발유 값의 10분의 1에 그치는 전기 자동차로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SK에너지기술원에서 개발하는 2차전지 성능과 생산원가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리콘 태양전지는 경쟁이 치열하고 경제성 확보가 불투명한 한계가 있다”며 “박막 유기 태양전지 등 차세대 태양전지에 주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청와대 보고에서 이런 내용의 전략을 밝힌 뒤 “정부가 저탄소 녹색 성장과 관련해 일관된 전략을 펴야 기업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의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건의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