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이후 한국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형펀드에 투자해 손해를 본 금액이 13조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12일에는 1년 4개월여 만에 홍콩H지수 10,000 선까지 붕괴돼 한국 투자자들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우량기업들의 주가를 지수화한 것으로 중국에 투자된 한국 주식형펀드 자금의 80% 이상이 이곳에 투자돼 있다. 한국 투자자들은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에 나눠 투자하는 브릭스 펀드를 통해서도 중국에 투자했기 때문에 중국 증시 폭락에 따른 손실은 13조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
12일 펀드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중국 증시가 고점(高點)을 지난 직후인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올해 9월 11일까지 중국 주식형펀드에 돈을 넣은 한국 투자자들의 추정 손실액은 13조689억 원으로 계산됐다.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액이긴 하지만 지난해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146억 달러(약 16조2000억 원)와 큰 격차가 없다. 한 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허공에 날려버린 셈이 됐다.
13조여 원을 손해 본 후 11일 현재 국내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중국 주식형펀드의 평가금액은 15조9100억 원.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47조7221억 원)의 33.3% 수준이다.
이 기간 중국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44.34%로 일본(―26.59%) 인도(―20.80%) 베트남(―30.36%) 유럽(―25.78%) 등 다른 나라의 수익률보다 훨씬 나빴다.
중국 주식형펀드가 이처럼 큰 손실을 낸 것은 중국 증시가 지난해 고점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10월 16일 6,092.06으로 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해 올 6월 12일(2,957.53) 3,000 선이 붕괴됐으며 이달 12일에는 2,079.67로 마감돼 2,000 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20,400.07로 고점을 찍은 홍콩H지수도 12일 전날보다 77.03포인트(0.77%) 내린 9,975.00에 마감됐다. 10개월여 만에 반 토막으로 떨어진 것. 10,000 선이 깨진 것은 지난해 5월 2일(9,993.10)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국내외 증시가 고점이었던 지난해 10, 11월 두 달간 늘어난 해외 주식형펀드의 계좌 수는 218만 개. 당시 해외 펀드 열풍이 불면서 상당수 국내 투자자가 중국 펀드에 가입하는 등 꼭짓점에서 투자해 주가 하락에 따른 고통은 더욱 심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펀드 투자를 지나치게 부추긴 금융회사들에 대한 비판론이 불거지고 있다. 투자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인 ‘분산 투자’에 소홀한 투자 문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