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21 부동산대책, 9·1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데 이어 부동산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나간다는 말이 많아 주택 매매 시기를 고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교통, 학군 등이 좋은 곳 가운데 이미 집값이 많이 떨어진 지역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부동산 전문가 중 상당수는 부동산 시장이 곧바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과 경기 변수가 맞물려 움직이는데 경제의 기초 체력이 소진된 상태여서 정부 정책만으로 가격이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도 “경기는 침체된 반면 물가는 오르고 있어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2, 3년간은 부동산 시장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등 시기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이사는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매입세가 조금씩 유입되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초부터 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이춘우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은 이후 강남지역 자산가들이 투자할 부동산을 탐색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8·21 부동산대책 등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시점부터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서두르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행동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재언 삼성증권 신탁파트 연구위원은 “시장 상황이 불투명한 데다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으면 지금보다 집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살펴보며 주택 구입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이춘우 팀장은 “내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올해 말까지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추천 지역으로는 고점 대비 하락폭이 15∼20%에 이르는 강남 지역이 꼽혔다. 서울 용산구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집 등이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양천구 목동은 추가 하락할 때 사는 것이 좋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용인시 지역 집값 역시 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용진 이사는 “3억∼4억 원대 아파트를 사려면 강동구의 역세권, 영등포구 대방동, 서대문구, 동대문구가 괜찮다”며 “투자가 목적이라면 주택보다는 역세권 오피스텔, 업무용 빌딩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해외 근무가 예정돼 있을 경우, 1년 미만의 단기 근무라면 굳이 지금 집을 사 놓고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1년 사이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근무 기간이 3년 이상이라면 그 사이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집을 구입하고 가는 것이 좋다는 분석도 나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