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제2폭풍

  • 입력 2008년 9월 16일 03시 08분


사라지는 황소 로고15일 영국 런던의 메릴린치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전격 인수되면서 메릴린치의 유명한 황소 로고는 이제 볼 수 없게 됐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사라지는 황소 로고
15일 영국 런던의 메릴린치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전격 인수되면서 메릴린치의 유명한 황소 로고는 이제 볼 수 없게 됐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모기지 부실’ 핵펀치에 美 5대투자銀중 2곳 또 ‘KO’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쓰나미의 끝은 어디인가.” 지난해 8월 본격화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이젠 미국 월가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 긴박했던 월가의 주말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티머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12일 오후 6시(이하 현지 시간) 골드만삭스. JP모간, 메릴린치 등 내로라하는 금융회사 임원진과의 회의를 소집했다. 리먼브러더스에 대한 긴급회의였다.

이 자리에서 폴슨 장관과 가이스너 총재는 “정부는 리먼브러더스에 국민 세금을 투입할 생각이 없다”며 “금융계 차원의 해결책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영국계 바클레이스 은행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리먼브러더스 인수 의향을 내비쳤다. 다만 정부가 인수 이후 리먼브러더스의 추가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에서는 아무런 결론도 나오지 않았다.

13일 오전 9시 뉴욕연방은행 건물에서 회의가 이어졌다. 미국 정부의 뜻은 완강했다. 국민 세금의 투입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14일 오후 2시 바클레이스는 리먼브러더스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는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4일 오후부터 리먼브러더스는 파산보호 신청 계획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리먼브러더스는 결국 15일 오전 뉴욕 주 남부지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리먼브러더스의 채무규모는 6130억 달러에 달해 파산보호신청 사상 최대의 손실이 예상된다. 종전 최고 기록인 월드컴(410억 달러)의 15배다.

그동안 리먼브러더스는 모기지 관련 부실 확대로 손실이 쌓여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소문에 휩싸여 왔다. 리먼브러더스는 10일 6∼8월 부동산자산과 자산운용부문의 매각 등 자구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는 못했다.

리먼브러더스와 함께 모기지 부실의 직격탄을 맞은 메릴린치는 BoA와의 매각 협상을 48시간 만에 매듭지었다. 12일 오후부터 BoA와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 등 정부 당국자도 메릴린치에 협상 타결을 적극 권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메릴린치는 그동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한국투자공사(KIC) 등으로부터 6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수혈 받았다. 올해 들어서도 손실이 지속되자 306억 달러의 자산담보부증권(CDO)을 론스타에 헐값에 넘겼다.

그러나 이 같은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기설과 주가 급락세가 지속됐고 결국 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됐다.

3월 JP모간체이스에 매각된 베어스턴스에 이어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가 간판을 내리게 됨에 따라 미국 5대 투자은행 가운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제외한 3곳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금융위기의 희생양이 됐다.

○ 신용위기 도미노, 아직 끝나지 않았다

월가가 사상 최대의 신용위기로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지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들도 공동 대응에 나섰다.

FRB는 14일 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가능성에 대비해 증권회사들이 유동성을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이들이 가진 주식이나 증권을 담보로 긴급자금을 대출해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BoA 바클레이스 씨티그룹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은행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UBS 등 세계 10대 금융회사들도 이날 각각 70억 달러씩 7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기금조성 참여 업체가 유동성 부족에 직면할 경우 지원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이 갈수록 확대되는 금융시장의 불안감과 신용경색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FRB에 400억 달러의 긴급대출을 요청한 AIG 등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금융회사가 한두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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