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되는 등 미국 월가가 요동을 치면서 세계 금융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15일 대만 등 아시아 증시가 폭락했으며 유럽 증시도 3∼4% 급락했다. 뉴욕 증시도 개장 후 한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342.86포인트(3.0%) 하락하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공휴일로 장이 열리지 않은 한국, 중국과 홍콩, 일본 증시도 16일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고통스러운 일들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 자본시장은 장기적으로 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미국 월가 위기에 따른 금융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300억 유로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국제 금융위기로 7억800만 달러에 이르는 한국 금융회사들의 리먼브러더스 관련 자산은 상당 부분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메릴린치 투자 자산은 보전이 가능한 상태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부실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리먼브러더스는 그동안 지분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실패함에 따라 15일 뉴욕 남부지구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최대 증권회사이자 3위 투자은행인 94년 역사의 메릴린치는 BoA에 전격 매각됐다.
BoA는 이날 메릴린치를 50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주당 인수 가격은 29달러로 지난주 말 종가(17.05달러)에 비하면 70%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지만 1년 전 주가에 비하면 30%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이와 함께 미 최대 보험사 AIG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400억 달러 규모의 브리지론(1년간 담보 없이 빌리는 긴급 대출)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하지만 FRB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한국 금융위원회는 15일 국내 금융회사가 리먼브러더스 관련 자산에 7억8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유가증권 2억9000만 달러 △주식파생결합상품 3억9000만 달러 △대출 2800만 달러로 상당부분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국내 금융기관들은 메릴린치 관련 자산에 27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여기에는 한국투자공사(KIC)가 메릴린치 우선주 20억 달러어치를 사들인 것도 포함돼 있다. 현재 메릴린치 3대 주주인 KIC 관계자는 “곧 뉴욕 현지에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6일 오전 8시 기획재정부, 금융위, 한국은행 등이 참석하는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