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투자한 34억2800만달러 어떻게?

  • 입력 2008년 9월 16일 03시 16분


리먼브러더스 7억800만달러 상당액 날릴 가능성

메릴린치 27억2000만달러 투자수익 올릴 수도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내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됨에 따라 이들 미국 투자은행에 투자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손익계산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파산 절차를 밟게 될 리먼브러더스에 투자한 자금 7억800만 달러 중 상당 부분은 날릴 우려가 큰 반면 메릴린치 투자자금은 보전(保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리먼브러더스에서 사들인 채권 위주의 유가증권(2억9000만 달러)과 리먼브러더스에 빌려준 대출금 2800만 달러는 파산과 동시에 손실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이진아 인턴기자

또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금융상품(3억9000만 달러)은 국내 증권사가 리먼브러더스와 맺은 계약 조건에 따라 일부 혹은 전부 손실을 볼 수 있다. ELS 등을 매입한 개인 투자자에 대해선 국내 증권사가 상환 의무를 지기 때문에 개인은 피해를 보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6일 미 정부가 대출과 유가증권 등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결정을 내리는데 이 결과에 따라 국내 금융회사의 손실 규모도 달라진다”며 “극단적인 경우 투자원금을 다 날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메릴린치에는 한국투자공사(KIC)와 하나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의 자금 27억2000만 달러가 들어가 있다.

정부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KIC와 하나은행이 메릴린치 주식을 사들인 평균 매입단가는 BoA의 인수 가격(주당 29달러 추정)보다 낮아 인수조건만 따져보면 당장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은 낮다.

KIC는 올해 초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해 우선주를 인수했다. 투자 당시 주당 50달러대였던 메릴린치 주가가 7월 말 20달러대로 떨어지자 우선주를 주당 27.50달러에 보통주로 조기 전환해 평가손실을 털어냈다. KIC는 단일 주주로는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 쿠웨이트투자청(KIA)에 이어 3대 주주다. 테마섹과 함께 메릴린치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한 하나은행의 평균 매입가격도 24달러 선으로 알려져 BoA의 인수가격보다 낮다.

KIC 관계자는 “BoA가 메릴린치 주식을 주당 29달러에 사들이면 주당 1.50달러의 이익을 보게 된다”며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받은 옵션 3000만 달러 등과 이전에 받은 배당금을 합해 1억1000만 달러까지 포함하면 10% 이상의 투자 수익을 올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BoA의 메릴린치 인수조건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메릴린치 주식을 BoA 주식으로 맞바꾸는 조건에 따라 기준 가격이 더 떨어지면 득실이 달라진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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