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월가를 덮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됐지만 FRB는 16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해 9월 이후 금융불안과 경기둔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7차례에 걸쳐 5.25%였던 금리를 2%까지 낮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이날 FRB 발표문에는 향후 금리인하를 예고하는 단서조차 담기지 않았다.
이는 이번 금융위기가 금리인하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해준 것으로 해석된다.
FRB는 금리동결 배경으로 경기하강과 함께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RB는 발표문에서 “금융시장 경색이 심화돼 왔고 고용시장 역시 악화돼 왔다”면서도 “금융시장 유동성 확대를 위해 시행 중인 조치와 지금까지 진행된 금융완화 정책이 장기적으로 견조한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며 금리인하의 시급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여전히 전망은 매우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일단 경기상황과 물가추이 등을 좀 더 지켜본 뒤 금리정책 기조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FRB가 금리를 동결한 데는 그동안 공격적으로 시행해온 금리인하가 사실상 경기 진작의 효과는 내지 못하고 인플레이션 압력만 높였다는 시장의 분석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연 2%의 저금리 기조로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은 사실. 그런데 돈이 미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모기지 금리와 대출 금리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등 ‘체감금리’ 인하에는 약발이 별로 없었다. 신용위기도 별반 개선되지 않았다.
FRB는 결국 물가상승 압력이라는 리스크를 안은 채 효과가 의심스러운 금리인하를 단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FRB는 당분간 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지원해 금융위기를 완화하는 현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을 관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