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월가 금융회사들은 파산 등 경제적인 악재보다도 고객으로부터의 신뢰 상실이라는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찰스 달라라(사진) 국제금융연합회(IIF) 총재는 1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 및 아시아 경제·금융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과 한국무역협회 초청강연에서 “미국발 대형 금융위기는 투자은행들이 충분한 정보 없이 투자를 감행하는 등 리스크 관리 능력이 떨어진 데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달라라 총재는 “미국발 대형 금융위기를 초래한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각종 금융 파생상품은 독(毒)과 마찬가지”라며 “금융 파생상품은 여러 기관의 대차 대조표가 얽혀 있어 금융시장에 안정을 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최악의 상황은 지났고 시장은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판단한다”며 “앞으로 9∼12개월이 지나면 금융시장에는 더 강력한 금융제도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라라 총재는 한국 정부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 정부는 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성에 흔들리지 말고 중장기적인 목표에 집중해 지속적으로 기초체력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좀 더 많이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허브를 만들려면 금융센터를 짓는 게 전부가 아니다”며 “외국인 투자가가 한국에서 일하며 살고 싶도록 교육 언어 등 각종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외국인 프렌들리’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미 재무부 차관보를 지낸 달라라 총재는 1993년부터 세계 65개국 370여 개 금융회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IIF에 몸담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