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채용때 한자능력 중시… 20대 취업준비생 몰려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두산그룹의 대졸 공채 시험인 ‘두산종합적성검사(DCAT)’에는 한자(漢字) 문제 65개가 포함된다. 이 문제는 한자시험 시행기관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제공하는 것으로 인문계는 물론 이공계 지원자도 한자시험을 봐야 한다.
신입사원 채용 시 한자 능력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보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대한상의가 시행하는 한자시험 응시자가 1년 사이 약 15배로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17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이달 6일 실시된 2008년 제4회 대한상의 한자시험에 1만3529명이 응시한 것을 비롯해 올해 4차례 시행된 대한상의 한자시험에 모두 4만8869명이 응시했다. 이는 지난해 1∼4회 응시자인 3281명의 14.9배나 된다.
대한상의 한자시험은 2004년 경제5단체가 회원사들에 신입사원 채용 시 한자시험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하면서 실시됐다. 하지만 연간 응시자는 2004년 7224명, 2005년 8723명, 2006년 3682명, 2007년 4457명 등 지난해까지 매년 1만 명에 못 미쳤다.
전용준 대한상의 검정사업단 과장은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한자 능력을 중요하게 보는 추세가 두드러진 데다 올해부터 대한상의 한자시험이 국가공인 시험이 되면서 응시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각종 문서에 한자를 많이 쓰는 삼성그룹은 신입사원 채용에서 한자 능력 자격증 중급 이상 보유자에게는 직무적성검사인 ‘SSAT’의 가산점을 준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여름방학 성균관대 중앙대 고려대 등 각 대학에서 실시한 ‘한자특강’에는 대학생 상당수가 몰렸다.
한자시험 대비 교육 기관인 ‘한자짱’ 오강규 대표는 “올해 대학 한자특강 수강생은 지난해보다 40∼50% 늘었다”며 “일부 대학생은 한자시험에 대비해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토익 등 영어시험처럼 집중적으로 공부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서울강남 모든 초등교 다음달부터 한자 교육 ▼
서울 강남교육청은 특성화사업으로 10월부터 강남지역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강남교육청은 17일 “아침 자습이나 국어 과목 시간을 활용하거나 방과 후 과제로 제시해 공부하게 만드는 등 학교별로 상황에 맞게 실시할 계획”이라며 “글을 읽고 이해하는 단어 이해 중심 교육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900자 정도의 기초한자를 익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