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중장기자금 유입… 안정성 강화
미국계 MSCI지수 편입 가능성도 커져
한국 증시의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 편입이 18일 확정됐다.
세계 양대 투자지표 중 하나로 유럽계 투자회사들이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 이 지수에 편입됨으로써 한국 증시는 선진국 증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또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계 투자자금이 기준 지수로 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에 편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마크 메이크피스 FTSE 회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증시를 2009년 9월부터 선진지수에 편입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FTSE는 한국과 함께 선진지수 진입을 위한 관찰 대상국에 포함돼 있던 대만은 선진신흥지수에 당분간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 안정성 올라가고 외자 유입 늘어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일차적으로 증시의 변동성이 줄어 한국이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선진신흥(이머징)시장 증시와 비교해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으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하는 성향이 있다”며 “한국 증시가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투자자들의 성향이 이처럼 바뀌기 때문에 한국 증시의 안정성이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는 선진 투자자금이 기존 신흥 투자자금을 대체해 한국 증시에 유입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80억∼16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머징시장 투자 펀드에서 빠져나갈 자금과 선진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들어올 돈을 종합해 40억∼50억 달러의 자금 순유입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증시에 대한 낮은 밸류에이션(주가 가치)이 상승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국 증시는 그동안 다른 신흥시장 증시에 비해 이익증가율이 낮다는 점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했고 선진국 증시와 비교해도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선진지수 편입으로 이런 저평가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이머징지수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FTSE 지수에 포함되지 못했던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한국 우량기업들이 선진지수 편입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
○ 선진국 수준의 제도 개선
메이크피스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최근 2, 3년간 현안들을 해결해 다른 선진시장과 어깨를 겨룰 수 있게 됐다”고 선진지수 편입 이유를 밝혔다.
한국 증시는 2004년 9월 이후 선진시장 진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포함됐으나 국내 제도상의 문제로 선진시장 진입이 번번이 좌절돼 왔다. 외환시장 자율성과 장외거래 허용 요건 등에서 기준에 미달하는 평가를 받아 2005년부터 3년 연속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 선진지수 편입에 성공한 것은 금융당국이 이 같은 제도상의 미비점을 크게 개선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대차거래 등 그동안의 지적사항을 대폭 보완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FTSE 선진지수 편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글로벌 선진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시장과 우량기업을 적극 알리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FTSE지수
FTSE지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1995년 공동으로 설립한 FTSE인터내셔널이 발표하는 지수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와 함께 세계 양대 투자지표로 평가된다.
FTSE 측은 이 지수에 따라 운용되는 자금 규모가 약 2조5000억 달러(약 2850조 원)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다.
FTSE인터내셔널은 시장 규모와 수준에 따라 글로벌 시장을 선진지수(Developed Index)와 선진신흥지수(Advanced Emerging Index), 신흥지수(Secondary Emerging Index), 프런티어지수(Frontier Index) 등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한국은 선진신흥지수에서 선진지수로 편입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