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영업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로 꼽힌다.
복제약이 국내 제약시장의 약 70%(처방 기준)를 차지하고 특정 신약(新藥)과 관련해 유사한 성분의 복제약이 많게는 100여 종까지 있기 때문에 영업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의사나 병원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으로 심심찮게 구설에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쟁이 심한 제약 영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영업사원들의 공통분모는 개인기와 고객 감동이었다. 제약 영업의 ‘달인(達人)’들에게 성공비결을 들어 봤다.
○ 나만의 개인기는 필수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종합병원 서부팀 최원석(44) 차장은 ‘철인(鐵人)’으로 불린다. 올해 7월 제주에서 열린 철인3종 경기 풀코스를 완주하면서 얻은 별명이다.
천식을 앓고 있는 최 차장은 약점일 수도 있는 자신의 질환을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천식 환자도 잘 관리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철인3종 경기에 참여했다. 그의 완주 소식은 담당 지역인 호남과 충청 지역 호흡기 내과 의사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최 차장은 “많은 의사가 ‘천식 환자의 철인3종 경기 완주’ 사실을 기억하고 응원해 줘 영업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노바티스 심혈관계질환 사업부 이연호(34) 과장은 술에 약하다. 영업맨으로선 치명적인 약점이지만 그는 오히려 술을 영업 전략으로 바꿨다. 바로 ‘와인 도사’가 된 것이다.
그는 2006년부터 각종 와인 상식을 공부해 ‘초보 소믈리에’ 수준에 도달했다. 이후 딱딱한 의학 세미나에서 ‘노바티스 와인 아카데미’를 열어 깊은 인상을 줬다. 소주나 양주 대신 부드러운 와인을 마시며 의사들에게 와인의 특징을 쉽게 설명해 줬다.
이 과장은 “와인의 효능을 주제로 이야기하다 보면 심혈관계 질환 치료도 자연히 언급돼 영업 효율이 올라간다”고 귀띔했다.
○ 고객 감동 프로젝트
동아제약 병원4부 윤성민(29) 주임은 특기가 없는 게 특기다. 고객의 취향을 재빨리 파악하고 그 고객에게 가장 알맞은 ‘맞춤형 파트너’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는 “영업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상대방과 잘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며 “다양한 고객과 파트너가 되려면 스스로 폭넓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윤 주임은 사진 촬영을 취미로 가진 고객을 만난 후 곧바로 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공부했다. 한 고객이 오스트리아 출신의 지휘자 카를 뵘의 클래식 음반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휴가 때 해외에서 카를 뵘 음반을 사서 선물하기도 했다.
한국화이자제약 영업부 임성균(29) 씨는 캠코더를 항상 들고 다닌다. 의료진의 업무 현장을 촬영해 병원이나 세미나 현장에서 상영한다. ‘조선대 비뇨기과를 아름답게 하는 1분’ 등의 제목으로 편집해 상영하면 의사들이 감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제약영업인 만큼 과학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적인 접근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