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때마다 조금씩 환매… 신규투자는 자제를”
브릭스(BRICs) 시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높은 경제성장률과 풍부한 자연자원을 무기로 각국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국내에서 브릭스펀드로 지난해 순유입(유입액에서 유출액 뺀 것)된 자금만 9조7202억 원이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약 1조500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국내에서 ‘해외펀드’는 곧 ‘브릭스펀드’와 동일시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실제 과거 브릭스펀드의 수익률은 매력적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6개월 수익률이 50%, 1년 수익률이 70%였고 올해 3월 미국에서 베어스턴스가 파산하며 각국 증시를 흔들었을 때에도 브릭스펀드는 3개월 수익률 ―9%, 6개월 수익률 10%로 비교적 양호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브릭스 증시는 다른 나라보다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브릭스펀드의 수익률도 급락해 투자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 미국발 금융위기 직격탄 맞아
1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브릭스펀드의 1년 이상 장기수익률은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을 10%포인트 이상 크게 웃돈다. 그러나 최근 증시가 급락하면서 6개월(―25.22%), 3개월(―30.50%), 1개월(―18.25%) 등 단기 수익률은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보다 2∼4%포인트 정도 낮다.
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해 안전자산에 넣고 있어 브릭스 증시가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릭스 증시는 상장 기업 수가 적어 외국인 투자가들이 자금을 조금만 회수해도 증시가 크게 움직인다.
증시의 하루 평균 변동 폭을 보면 홍콩(48.8포인트) 러시아(33.03) 인도(35.67) 브라질(33.43) 등으로 선진시장인 미국(21.73)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다.
국가별로도 증시에 ‘호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상장기업의 대부분이 에너지 관련 기업으로 최근 원자재 가격 안정세가 오히려 증시 하락 요인이 됐고 홍콩은 상장기업의 50%가 금융주로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 신규 투자는 신중하게
국내 펀드 전문가들은 브릭스펀드에 대해 조언해 달라는 요청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파트장은 “지금 환매하기에는 투자자들이 입을 손실이 너무 크며, 자금이 필요하다면 반등을 기다려 부분환매해 다른 자산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도 브릭스 시장은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투자자들은 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다린 후에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원은 “내년 2분기(4∼6월)가 글로벌 경기의 저점일 것으로 보고 브릭스 시장은 장기적으로는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현재 원금 손실을 입은 투자자라도 내년 이후에는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