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금융불안에 금융주 일제히 폭락
18일 국내 증시에서 은행(―5.63%) 증권(―2.13%) 보험(―4.17%) 등 금융업종 지수는 5.70%의 폭락세를 보이며 이날 코스피지수의 하락을 주도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는 전날보다 ―13.95% 빠졌고 우리금융지주도 ―9.81% 내렸다. 증권주도 동양종금증권(―6.47%) 대우증권(―5.10%) 등의 하락폭이 컸고 보험주는 메리츠화재(―7.18%) 동부화재(―7.42%) 그린손해보험(―7.19%) 등이 전날 대비 7%가 넘는 하락률을 보였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들이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채권 및 파생상품 등에 투자한 금액은 7억2000만 달러로 많은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영국 러시아 등 세계 각지로 퍼져나갈 조짐을 보인다. 전 세계 금융자산의 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어 국내 금융주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해지면서 국내 은행들의 달러 조달이 어려워진 것도 한국 금융기관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월가의 위기에서 촉발된 세계적인 ‘유동성 확보 전쟁’에 휘말리게 된 것.
굿모닝신한증권 홍진표 팀장은 “금융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서로 돈이 잘 돌아야 하는데, 금융기관들의 자금 조달이 어렵다 보니 대출영업 등에 차질이 생기게 될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 가계 빚, PF 대출이 ‘뇌관’
그러지 않아도 국내 금융권의 리스크 목록은 산적해 있다.
부동산 PF 대출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가장 큰 ‘시한폭탄’이다.
저축은행들의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12.4%에서 올해 6월 말에 14.3%까지 치솟았다. 전체 대출에서 PF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도 24.1%로 일반은행(4.4%)들보다 훨씬 높다. 이에 대해 감독당국은 충당금 적립기준을 강화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해지고 있어 리스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가계 빚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개인 금융부채는 780조7000억 원으로 3월 말보다 3.1% 늘었다. 그중에서도 경기 둔화로 인한 영세 자영업자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증시와 부동산 침체의 영향으로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득은 제자리걸음이어서 채무 상환을 못 하는 가계가 속출할 수도 있다는 뜻.
이 밖에 최근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로 손실을 보는 중소기업들이 옵션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은행 수익성 확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금융불안으로 외국인 투자가가 증시에서 빠져나가면서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 등 자산가치의 하락도 우려된다”며 “여기에 금융 경색과 실물경기의 추락으로 대출 부실화 등의 현상이 겹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