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자금난…美금융 신뢰 상실 우려

  • 입력 2008년 9월 20일 02시 59분


천문학적 구제금융 후유증… 1000억달러 국채판매 나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들어 잇따라 천문학적인 규모의 구제금융 조치를 단행하면서 ‘실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 보도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FRB는 국채 형태로 8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 3월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 290억 달러, 이달 초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20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등 부실 금융회사들을 살리기 위해 거액을 쏟아 부은 결과 이제 FRB 수중에는 4800억 달러도 남지 않았다.

더욱이 AIG에 850억 달러를 지원하고, 대형 투자은행(IB)들에 모기지 채권 등을 담보로 최대 2000억 달러를 빌려주는 기간증권대출(TSLF)이 완료되면 조만간 FRB의 자산은 200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불과 1년 사이에 자산이 4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이 때문에 FRB가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잃게 되고, 통화량 조절과 인플레이션 방어 등 FRB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추가로 1000억 달러어치의 국채를 발행해 FRB의 금고를 채울 계획이다.

한편 막대한 구제금융 조치가 이어지면서 미국 재정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 정부는 이미 내년에 5000억 달러의 적자예산을 편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돼 왔는데 대규모 구제금융으로 수백억 달러의 추가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구제금융에 들어간 국민의 세금이 얼마나 회수될지는 시장상황에 달려 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투입한 2000억 달러도 주택시장이 회복된다면 상당액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등 최악의 경우에는 2000억 달러를 회수하기는커녕 추가로 1000억 달러가 더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미 정부가 79.9%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 AIG는 경영이 정상화되면 투입한 돈 850억 달러의 상당부분을 회수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 정부가 1971년 록히드항공에 구제금융을 제공한 뒤 수익을 남긴 사례도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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