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외환銀 인수 포기] 외환銀 새 주인 누가 될까

  • 입력 2008년 9월 20일 02시 59분


외환銀 어디로…영국계 은행 HSBC가 19일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새로운 대주주를 찾기 위한 작업을 즉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외환은행 본점. 김재명 기자
외환銀 어디로…
영국계 은행 HSBC가 19일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새로운 대주주를 찾기 위한 작업을 즉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외환은행 본점. 김재명 기자
‘자산 103조 대어’ 다시 매물로… 은행권 M&A 소용돌이

《19일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외환은행이 국내 금융기관 인수합병(M&A) 전장에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포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그동안 인수 기회를 노렸던 국민은행은 즉각 검토작업을 시작할 뜻을 밝혔다. 하나 우리 신한금융지주는 인수 의사를 즉각 표명하진 않았으나 한국 은행업계의 판도를 바꿀 만한 ‘빅딜’이라는 점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국민銀 가장 적극적… 하나銀도 관심 표명

美금융위기로 돈줄 말라 자금조달이 열쇠

론스타, 일괄매각 대신 쪼개팔기 가능성도

○ 국민은행, “권토중래의 기회 왔다”

29일 지주사로 출범하는 국민은행은 2005년 11월에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어 2006년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과 관련한 법원 판결 이전엔 매각 승인을 해줄 수 없다”며 승인을 늦추는 바람에 계약이 깨져 인수 기회를 놓쳤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도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은행과 가장 시너지를 잘 낼 수 있는 곳은 외환은행”이라며 적극적 관심을 보였다.

최근 황 회장은 국민은행이 지주사로 출범한 후 대형 금융 지주사들과 ‘대등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외환은행이 매물로 등장함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가 우선순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자산 규모가 299조 원(6월 말 현재)에서 402조 원으로 불어나 명실상부한 한국 1위의 금융회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역시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한 적이 있는 하나금융지주는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관심이 있다”고 말했지만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은 19일 “현재로서는 외환은행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히며 과도한 예측을 경계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전이 본격화되면 4대 은행 중 자산 규모가 161조 원으로 가장 작아 덩치 불리기가 절실한 하나금융도 가만있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이 밖에 자산 185조 원 규모인 농협중앙회도 상황을 지켜보며 인수전 참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우리금융은 민영화를 앞두고 있어 M&A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LG카드를 2006년 인수한 신한금융은 M&A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방침이다.



○ 새 주인 열쇠는 론스타가 쥐었다

하지만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경색됐고 국내외 금융회사의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작업이 속도를 못 내고 한동안 지지부진해질 수도 있다.

국민은행은 M&A 추진을 위해 올해 말까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사들인 4조 원어치의 자사주를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팔아 M&A 자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발 금융시장 쇼크로 주가가 많이 떨어졌고 세계적으로 돈줄이 마르는 상황이어서 매각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될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론스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첫째는 국내외에서 새로운 외환은행 인수자를 물색하는 것. 국민은행이 적극적 의사를 밝히는 등 인수 희망자를 찾는 게 어렵지는 않겠지만 국내외 금융회사들의 자금 조달 상황이 악화돼 있고 인수자들이 가격을 깎으려 할 것이라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둘째로 론스타는 매각대금으로 달러 결제를 원하지만 이 조건을 충족시켜줄 협상대상자가 나오지 않으면 보유 지분을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필요 없는 10% 미만으로 쪼개 ‘블록세일’ 방식으로 팔 가능성도 있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물론 공개시장에서 팔 수도 있지만 론스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면서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워낙 매력적인 매물이기 때문에 큰 장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영상취재 : 서중석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