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인 가구 위해 기숙사형-원룸 주택 짓기로
영구임대는 시중전세가의 30% 수준으로 공급
경기 하남시-고양시 그린벨트 추가해제 물망
미분양 심화와 땅값 폭등 가능성 해결 과제로
9·19대책은 도심을 개발해 주택을 짓는다는 점에서 지난 정부에서 나온 주택공급 대책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도시 외곽에 신도시를 개발해 도시를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했다. 이와는 달리 9·19대책은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해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등을 통해 도심을 주택으로 채우는 ‘충전개발’ 방식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내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에 모두 500만 채의 주택을 공급할 방침임을 밝혔다.
유형별로는 △전용면적 85m² 초과 중대형 민간분양 200만 채 △60m² 초과∼85m² 이하 다세대주택 및 단독주택 100만 채 △60m² 초과∼85m² 이하 중소형 민간분양 40만 채 △60m² 초과∼85m² 이하 민간임대 10만 채 △85m² 이하인 공공분양 70만 채 △85m² 이하인 공공임대 30만 채 △85m² 이하인 국민임대 40만 채 △60m² 이하인 영구임대 10만 채다.
수도권에는 300만 채를 공급한다. 이 중 180만 채는 기존 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새로 추가된 물량이 120만 채다. 늘어난 물량 중 80만 채는 도시 내 개발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지역별로 뉴타운 25만 채, 재개발·재건축 15만 채, 역세권 16만 채, 다세대·다가구 10만 채, 주상복합 5만 채, 준공업지 3만 채, 기숙사형 주택 등 대체주택 6만 채다.
다세대주택을 단지형으로 짓는 ‘단지형 다세대’도 도입된다. 단지형 다세대는 아파트보다 놀이터, 관리사무소 등을 갖춰야 하는 기준이 완화된다.
1, 2인 가구를 위해 기숙사형, 소형 원룸 등으로 주택 유형도 다양화하기로 했다. 소형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바닥 난방을 할 수 있는 기준도 기존 50m² 이하(전용면적 기준)에서 60m² 이하로 완화했다.
뉴타운은 2011년까지 25곳을 지정할 예정인데 올해 경기 8곳, 인천 2곳을 이미 지정했기 때문에 추가로 지정할 곳은 15개다. 새로 지정할 곳에는 서울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뉴타운의 성과 및 문제점을 검토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올해 서울에 뉴타운을 새로 지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2018년까지 공급되는 전체 주택 물량 500만 채 가운데 공공분양 공공임대 국민임대 영구임대 등 ‘보금자리 주택’은 150만 채. 모두 무주택 시민에게 배정된다.
신규 택지에 짓는 보금자리 주택은 용적률을 200% 수준으로 올리고 녹지면적을 25%에서 22%로 낮추는 방법 등을 통해 분양가를 15%가량 인하할 방침이다. 토지보상 가격을 정하는 기준도 지구지정 직전 공시지가에서 주민공람공고일 직전 공시지가로 앞당겨 보상비를 줄이기로 했다.
영구임대주택은 시중 전세가의 30% 수준(보증금 200만∼300만 원, 월임대료 5만∼6만 원)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국민임대주택은 시중 전세가의 60∼70% 수준(보증금 1000만∼2400만 원, 임대료 12만∼25만 원)으로 공급한다.
공공분양 물량(70만 채)의 80%에 대해 실시하는 분양예약제는 동일 순위에서 경쟁이 붙으면 생애 최초 구입자,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에게 우선권을 준다. 연간 2회(봄 가을) 실시한다.
○그린벨트 대규모 해제
수도권 도시 근교 및 외곽의 그린벨트 산지 구릉지 등에 추가로 40만 채를 지으려면 100km²가 필요하다. 수도권에서 그린벨트 해제가 예정된 지역의 면적은 26km²로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우면동 등의 일부 지역이 포함돼 있다.
현재 집을 지을 만한 산지나 구릉지가 별로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 규모의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추가로 그린벨트가 해제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서울과 가깝고 그린벨트 면적이 넓은 경기 고양시 하남시 과천시 광명시 등의 일부 지역을 꼽고 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그린벨트를 추가 해제할 지역은 밝히지 않았다. ○재건축 핵심 규제 완화 등은 과제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주택 가격 급등에 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가 수요를 억제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 반면 도심을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 9·19대책은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집값을 안정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소형 평형 의무 건설 등 재건축과 관련된 핵심 규제는 풀리지 않아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토부는 내부적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분양 현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이사는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도심 혹은 도심과 가까운 지역에 대규모로 주택이 공급되면 미분양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지가 상승, 재개발 투기 등으로 전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개연성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민주택 마련을 위한 재원이 구체적으로 확보되지 않은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분양예약제::
청약저축에 가입한 무주택 서민에게 비슷한 시기에 공급될 아파트들의 평형, 가구 수, 분양가 등을 일괄 제시해 분양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짓는 공공분양물량이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