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펀드 - 신생사 상품
운용에 신경… 눈여겨볼 만
회사원 이모(34) 씨는 이번 추석 때 받은 상여금으로 펀드에 신규 가입을 할지 고민 중이다. 주변에서 “이젠 주가가 바닥을 쳤다”며 여유자금이 생기면 슬슬 펀드 투자를 다시 시작해 보라고 권유하고 있지만, 증시 침체가 장기화될 것 같기도 해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기존 주식 투자자에게는 요즘이 고통과 인내의 시기지만 이 씨처럼 주가가 쌀 때 신규 투자를 저울질하는 투자자들도 많다.
실제 펀드 투자자들이 최근 증시 불안에도 불구하고 환매보다 신규 가입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에 18일까지 9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 시장 불안할수록 ‘적립식’이 유리
신규 투자의 시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반응이 엇갈린다. 기본적으로는 “저가 매수를 위해 유례없이 좋은 기회”라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아직은 무턱대고 들어가기는 위험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우량자산을 매각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소진되면 향후 반등폭도 제한적일 수 있다”며 “싼 가격에 현혹되기보다는 위험요인이 없어지고 상승요인이 더 생길 때까지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V자’형 반등을 원하지만 상황에 따라 ‘U자’형의 완만한 상승, 또는 ‘L자’형의 긴 침체기가 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한다는 원칙만 지킨다면 설령 긴 침체기가 온다고 해도 결국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 많다. 대우증권 이병훈 연구원은 “3년 이상 오랫동안 투자한다면 들어가는 시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며 “거치식으로 한 번에 들어가지 않고 적립식으로 한다면 지금도 투자의 적기다”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최근 분석보고서에서 “요즘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투자의 기본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하반기 증시도 변동성이 높은 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때 강점이 있는 적립식 투자가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 신규 상품도 눈여겨볼 만
새로 펀드상품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들은 보통 과거에 수익률이 좋았던 펀드나 최근에 인기가 많은 펀드를 우선적으로 찾기가 쉽다. 하지만 옛날 성과가 앞으로의 성과를 담보하지 못하는 데다 설정액이 많은 펀드라고 해서 수익률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다.
최근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이 설정액 50억 원 이상인 국내 주식형펀드 중 2007년 수익률 상위 20개 펀드를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올해에도 수익률 20위 안에 랭크된 펀드는 단 두 개(한국밸류10년투자주식1, 탑스엄마사랑어린이적립식주식1)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설정된 ‘새내기 펀드’나 신생 자산운용사의 펀드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새로 나온 펀드일수록 펀드매니저들이 이미지 관리를 위해 운용에 더 많은 신경을 쓰기 때문. 이런 펀드는 워낙 주가가 많이 떨어졌을 때 설정됐기 때문에 누적 수익률이 기존 펀드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지만, 시장에서 아직 검증이 덜 됐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감안해야 한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9일 현재 7월에 설정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주식자 1’의 설정 이후 수익률이 2.66%로 비교적 좋은 편이다. 지난달 운용을 시작한 ‘PCA다이나믹자산배분파생상품자A-2CLASS C-E’는 2.27%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