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호주 “제한”… 한국도 감독강화
“공매도, 적정 주가 책정에 기여” 반론도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각국 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 주가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공(空)매도를 제한하는 조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9일(현지 시간) 799개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다음 달 2일까지 금지한다고 밝혔다. 공매도가 제한된 종목에는 AIG,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조치는 시장 상황에 따라 30일간 연장될 수 있다. 호주 정부도 21일 투기세력으로부터 주식시장이 교란되는 것을 막기 위해 22일부터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
이에 앞서 영국 금융청(FSA)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8일부터 내년 1월 16일까지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으며 독일 재무부와 금융감독위원회(BaFin)도 도이체은행 코메르츠은행 등 11개 금융회사를 투기세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20일부터 올해 말까지 해당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역시 비슷한 조치를 내렸다.
국내에서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공매도 규정 위반사항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공매도 규정 준수 여부를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로 수익을 내려면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특정 종목의 주식을 팔고 나중에 그 주식을 갚으면 된다. 예상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을 올리지만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본다.
이론적으로 공매도는 증시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해준다. 하지만 최근처럼 증시가 흔들릴 때는 주가를 단기간에 크게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또 주가 조작세력은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악성루머를 퍼뜨리기도 한다.
각국 정부의 잇따른 공매도 금지 조치로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것은 공매도를 주요 투자 전략으로 활용하는 헤지펀드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증시 조정기에도 양호한 수익률을 낸 헤지펀드들이 이번 규제로 적지 않은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일부 헤지펀드들은 “헤지펀드의 공매도가 금융주 폭락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 각국 정부가 헤지펀드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며 “공매도는 시장이 특정 종목의 적정 가격을 책정하는 데 기여했고 공매도가 금지되면 주가가 적정 가치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각국의 공매도 규제 이후 19일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가 3.35% 오르고 영국 FTSE지수가 8.84% 오르는 등 세계 증시가 반등했다. 하지만 주가 급등이 미국 정부의 잇따른 구제금융 조치 덕분인지, 공매도 금지 때문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공매도(short sale)::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대차거래) 매도하는 투자 기법. 비싼 값에 공매도를 한 뒤 주가가 떨어진 뒤에 싸게 사서 되갚으면 차익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상승하면 손해를 보게 된다.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효과도 있지만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