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위기 여진 오래갈 것…더 튼튼한 우산을 준비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9월 22일 02시 56분



美-中 부동산값 급락땐 한국 등 신흥시장 타격

국내외 전문가들 “각국 금융충격 상당기간 반복될 듯”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 방안을 내놓으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세로 돌아섰다. 금융 지진의 ‘1차 충격파’가 지나간 셈이다. 하지만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앞으로 자금 회수에 나서면 세계 각국 증시에는 반복적인 여진(餘震)이 올 것이라는 게 국내외 금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실물경제에 대한 충격도 미국에서 유럽 중국 일본 등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1929년의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평가되는 이번 위기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뜻이다. 주택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비롯된 경기침체의 선례를 볼 때 빨라도 1년, 대체로 2∼3년은 회복기간이 필요하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정한 연구위원은 21일 펴낸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글로벌 금융 충격’ 보고서에서 미국 주택가격이 10% 정도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미국 부동산시장의 일반적인 예상을 소개한 뒤 “대형 금융회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에서 앞 다퉈 주식, 채권 등 자산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예견했던 대표적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미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18개월간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서 시작된 실물경제의 충격은 더 위협적이다.

7월 중 물가 상승을 반영한 미국인들의 실질 소비지출은 6월보다 0.4% 감소해 2004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실업률도 8월에 6.1%로 전달(5.7%)보다 급등했다.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실물경제 위축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KOTRA가 세계 25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펴낸 ‘미국 금융위기에 따른 주요국 수출시장 긴급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부터 주요국 시장의 소비와 투자 위축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깡통 주택’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개인, 기업, 정부 등 한국의 모든 경제 주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더 튼튼한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대외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외화 유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고, 기업은 세계적 수요 부진에 대응해 생산성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개인들은 임금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다소 낮추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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