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전방위 비자금 조성 가능성

  • 입력 2008년 9월 22일 02시 56분


검찰 “임직원 7,8명 비리 연루”… 중계기 납품 외 ‘뒷돈’도 수사

조사장, 협력사 감사로 일한 부인 통해 30억 관리

KT - 정치권 상대 로비자금으로 활용한 의혹도

KT 자회사인 KTF의 납품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갑근)는 KTF 조영주(52) 사장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2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를 KTF의 KT 및 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머지않아 검찰 수사가 정·관계를 겨냥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임직원도 금품 받은 단서 확보=검찰은 조 사장을 포함한 KTF 임직원 7, 8명이 이동통신 중계기 납품업체인 ㈜BCNe글로발의 실소유주 전용곤(수감 중)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9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KTF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본부장과 실장급인 이들 임직원의 사무실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관련 서류 등을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 임직원 대부분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조만간 이들을 불러 조사한 뒤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형사 처벌할 방침이다.

이들 임직원은 중계기 납품 업무를 담당하는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마케팅, 회계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중계기 납품업체 선정 대가 외에 KTF 임직원이 공사업체 선정이나 마케팅 비용 산정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등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 KTF의 비자금 조성을 확인하는 것이 이번 수사의 목표”라고 말해 KTF의 구조적이고 관행적인 비리가 검찰 수사의 첫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검찰은 전 씨가 대표인 에너지 개발업체 ‘크니아이’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 KTF 임직원의 담당 업무와 업무 스타일 등이 적혀 있는 메모, 명절 선물용 리스트 등을 확보했다.

▽“한 회사에서만 25억 원 받아”=검찰은 조 사장이 2006∼2007년 이동통신 중계기 업체인 BCNe글로발 한 곳에서만 25억 원가량을 처남 이모 씨 계좌를 통해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이 씨 계좌에서 모두 30여억 원이 입출금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사장의 부인은 이 계좌에서 돈을 직접 인출하는 등 계좌를 관리해왔으며, 검찰은 부인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부인은 BCNe글로발의 실소유주 전 씨가 대표로 있는 K사의 감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 사장이 BCNe글로발 외에 W, N사 등 다른 중계기 납품업체들도 조 사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체는 조 사장이 KTF 사장에 취임한 후 KTF에 대한 납품 물량이 급증해 업계에서도 조 사장과의 유착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또한 검찰은 중계기 납품 외에 마케팅이나 건설공사 업체 등 다른 납품 비리를 통해 받은 돈을 이 계좌에 보관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 사장을 포함한 KTF 임직원들이 회사 돈을 빼돌리는 데 공모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KT와 정치권 로비 수사로 이어질 듯”=검찰은 조 사장이 보관한 돈이 거액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인 축재보다는 로비 목적으로 거액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동통신업계 2위인 KTF 임직원은 회사와 관련된 민원 해결을 위해 모회사인 KT나 옛 정보통신부, 정치권 인사 등에게 로비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옛 여권 인사가 고교 동문인 조 사장에게 전 씨를 소개시켜 줬다는 얘기가 나돌거나 몇몇 이동통신 중계기 납품업체의 대표이사가 정치권 인사와 가깝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KT나 정치권 인사의 수사가 아니라) 일단은 KTF 임직원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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