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조 사장이 이동통신 중계기 납품 업체인 BCNe글로발의 실소유주 전용곤(57·수감 중) 씨에게서 받은 25억 원 가량의 현금과 수표 등의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검찰은 BCNe글로발이 2006년 4월~2008년 6월 KTF에 납품한 물량의 3~5% 가량을 조 사장에게 리베이트로 건넨 것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전 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전 씨가 조 사장을 포함한 KTF 임직원 7,8명에게 금품을 제공한 날짜와 송금 액수, 관련 계좌번호 등이 빼곡히 적힌 메모를 확보했다.
▽2000만원 미만으로 쪼개 전달=조 사장은 BCNe글로발 측이 제공한 차명계좌의 통장과 도장을 넘겨받거나, 처남 2명의 차명계좌로 돈을 송금 받았으며, 가끔 현금을 직접 받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받아왔다고 검찰은 전했다.
특히 BCNe글로발은 조 사장에게 계좌로 돈을 입금할 때에는 2000만 원 미만으로 쪼개 40여 차례에 걸쳐 건넸다. 조 사장의 차명계좌에도 입·출금 액수가 1500만~1900만원으로 다양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00만 원 이상의 잦은 거래는 금융감독기관이나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있으며, 조 사장과 전 씨는 이를 피하기 위해 송금액수를 잘게 쪼갠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조 사장의 부인은 이 돈을 은행에서 수시로 인출해 집에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마다 사용했으며, 검찰은 조 사장의 부인이 단순히 돈을 인출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이 돈의 사용처도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조 사장의 부인은 남편이 체포된 이후 "아파서 조사받기 곤란하다"면서 검찰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로비 쪽으로 수사확대=검찰은 조 사장이 휴대전화 요금 인하 등 KTF와 관련한 각종 민원 해결을 위해 모회사인 KT와 옛 정보통신부, 정치권 인사 등에게 금품을 건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였던 이강철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부탁으로 이 전 수석의 지인인 이모 씨가 BCNe 이사로 취업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그 과정에서 금품이나 다른 청탁이 오갔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밖에 정치권에서는 KT 및 KTF 전현직 고위인사와 직 간접으로 인연이 있는 정치인 K, B, M, L 씨의 이름이 로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전 씨가 조 사장에게 돈을 건넨 시기가 대선을 1년여 앞둔 2006년 11월~2007년 4월에 집중돼 있어 이 돈이 정치권의 대선 경선 후보 캠프 쪽에 들어갔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조 사장은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처남 2명의 계좌로 받은 돈은 전혀 모르는 일이며, 현금으로 직접 받은 돈은 전 씨로부터 빌린 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의 사용처에 대해선 "생활이 어려운 친인척들을 도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단서가 있다면 정치권의 로비 의혹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