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파워에 ‘기살아’
랜드로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귀족으로 불리는 브랜드다. 최근 인도 타타자동차에 인수되긴 했지만 여전히 영국 특유의 디자인과 기술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SUV 명가(名家)로 통한다.
랜드로버가 선보이는 모델 중에서도 ‘레인지로버’는 최상위급 모델이다. 웅장한 내외부 디자인과 최첨단 기술로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럭셔리 SUV’라고 회사 측은 자평한다. 특히 올해 5월 부산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첫선을 보인 V8 3.6L 디젤 모델 ‘레인지로버 TdV8’(사진)은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연료소비효율이 대폭 향상돼 세계적으로 기름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한국에 적합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인 연비는 L당 8.8km.
레인지로버 TdV8을 처음 본 인상은 ‘위압적’이었다. 각진 모양의 외부 디자인과 함께 소형 트럭을 연상시킬 정도로 큰 덩치가 그랬다. 하지만 거친 대자연을 누비는 오프로드용 차량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차량 내부는 위압적인 외부와는 딴판이었다. 일단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아늑함을 느끼게 했다. 13개의 스피커와 서브 우퍼가 달린 오디오, 앞좌석 헤드레스트 뒤에 설치된 독립식 6.5인치 모니터 등 첨단 편의장치도 수두룩했다. 다소 거친 듯이 보였던 외관과는 대조적이었다.
주행 성능도 예상 밖이었다. 차체가 무겁고 디젤엔진을 장착해 소음과 진동이 클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시동을 걸자 소란스러운 디젤엔진 소리 대신 묵직하고 부드러워 듣기 좋은 ‘음악’이 전해져왔다. 핸들이 흔들리는 것을 거의 느낄 수 없어 가솔린엔진을 단 것이 아니냐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가속페달을 밟자 육중한 차체가 비교적 날렵하게 움직였다. 마치 힘이 남아도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9.2초로 절대적인 수치는 평범한 수준이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힘은 충분했다.
본격적으로 서울 시내 주행에 나섰다. 차로를 넘어 끼어드는 차량 때문에 브레이크를 여러 차례 밟았지만 육중한 차체가 별다른 쏠림 없이 멈췄다. 제동거리도 짧았다. 고성능 4피스톤 브레이크를 앞바퀴에 장착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불편한 점도 있었다. 한국 도로 사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차체가 주차나 차로 변경 때는 걸림돌이 됐다. 가격은 1억2990만 원으로 다소 부담스럽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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