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각종 신문의 경제면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것은 ‘9월 위기설’이었습니다. 요지는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의 만기 도래액이 9월 10일까지 67억 달러(한국은행 발표 기준)에 이르는데 한국 경제의 불안으로 외국인이 채권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한국 시장을 떠날 것이며 그것이 금융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주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위기설의 단초를 제공한 올해 한국 경제 최대의 불안 요소는 국제 곡물가와 유가 급등이었습니다. 이는 물가를 올리고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려 국제수지를 악화시켰죠.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달러당 1100원대를 넘으며 한국 경제의 힘을 뺐습니다. 환율 상승이 수출에 도움을 주는 좋은 효과보다는 소비자물가만 올리는 나쁜 효과만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가지수는 1,400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금리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 가계와 기업 모두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어느 것 하나 한국 경제를 희망적으로 볼 수 있는 요소가 없어 보입니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불안심리’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9월 위기설’은 현실화되지 않았죠.
‘9월 위기설’의 와중에서 정부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이 국민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취약하지는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펀더멘털은 한 나라의 경제 상태를 표현하는 데 있어 기초적인 자료가 되는 성장률 물가상승률 실업률 경상수지 등의 주요 거시경제지표를 말합니다. 펀더멘털이란 용어를 통해 정부가 국민에게 알리고자 했던 것은 해외의 경제 상황들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한국 경제의 기본 체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많은 국민은 정부가 내린 이 같은 판단에 만족할 만한 신뢰를 보내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뢰 결핍의 책임은 상대적으로 정부에 더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국민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일단은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이 아니라는 정부의 주장을 국민이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의 ‘좋지 않은 경제’를 앞으로 더 좋게 바꾸기 위한 ‘심리적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경제주체들이 희망과 기대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죠. 이런 심리적 반전이 국제 경제의 도도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어려운 시기를 빨리 끝내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원동력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이처럼 ‘막연한 불안심리’를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선순환의 구조로 돌릴 수 있는 심리적 반전은 정부와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신뢰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김경모 경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