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주방세제’가 우선 눈에 띕니다. LG생활건강은 ‘자연퐁 쌀뜨물 안심설거지’와 ‘세이프 발아현미’를 내놓았습니다. 유한양행은 각각 쌀과 팥 성분이 들어간 ‘아름다운 주방세제’ 2종류를 선보였습니다. 애경은 밀과 쌀겨 성분이 들어간 ‘트리오 곡물설거지’로 맞불을 놨습니다. 콩 성분이 들어간 크린앤크린의 ‘소이클린’도 있네요. 이들 회사는 “곡물 세제는 손을 부드럽게 하고 환경오염도 막아주는 차세대 주방세제”라고 강조합니다.
소비자들의 호응도 좋습니다.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쌀과 밀을 원료로 한 친환경 세제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나 늘었습니다. 반면에 일반 주방세제는 같은 기간 매출이 5% 줄어들었다네요.
고소득층을 겨냥한 친환경 마케팅도 활발합니다. 현대백화점은 우수 고객들을 대상으로 재활용품을 이용한 인테리어, 무명 행주 만들기 등 ‘자연주의 살림 배우기’ 행사를 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의 VIP 마케팅이 골프투어나 선상파티 같은 호화 행사 위주로 진행되던 것과 썩 다릅니다.
서울신라호텔도 11월 말까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카, 유기농 화장품 ‘러시’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에코 패키지’를 선보입니다.
이처럼 생활용품 업계와 서비스 업계가 친환경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늘어나는 ‘그린 슈머’(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것입니다. 지난 추석에 백화점들이 재활용 포장재 사용을 늘린 것이나 곧 문을 열 예정인 ‘에코마트’ 등도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필요는 공급을 만듭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늘 테지요.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유행에 편승한 얄팍한 상술(商術)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술이라면 더 많이 나와도 나쁠 것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이름만 친환경이 아닌, 진짜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여야 결국 소비자에게 먹히겠지요.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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