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값 하락… MMF 자금이탈 가속

  • 입력 2008년 9월 25일 02시 55분


美신용경색 여파 한달새 10조 유출

파산보호 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 채권을 보유한 국내 증권사에 대한 유동성 부족설이 불거지면서 국내 채권시장에 미국발 신용 경색의 여파가 몰아치고 있다.

채권 매도세로 국고채 금리가 상승(채권 값은 하락)하고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는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 MMF는 금리가 높은 만기 1년 미만의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주로 단기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증권사들이 보유한 리먼브러더스 관련 채권이 3000억 원 정도에 불과해 회사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데도 과도한 불안심리가 시장을 경색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5.91%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전인 12일 종가(연 5.66%)보다 0.2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 5.71%에서 연 5.94%로 상승해 채권 값을 끌어내렸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9월 위기설’이 한창이던 2일 5.97%까지 치솟았다가 추석 직후인 16일 5.49%로 내려간 뒤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이후 다시 급등하고 있다.

채권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고조된 18일 이후. 국내외 신용 경색의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콜자금 차입이 어려워진 일부 증권사가 단기자금 확보를 위해 단기물을 시장에 내다팔면서 채권 값 하락을 부채질했다.

단기자금시장 경색과 증권사의 단기채권 매도 증가로 채권 금리 상승이 지속되면 MMF를 비롯한 채권형펀드의 손실 가능성이 커져 대량 환매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월 중순 86조5000억 원이었던 국내 MMF의 순자산총액은 9월 22일 현재 68조6000억 원 수준까지 감소한 상태다. 특히 8월 22일 78조9420억 원이었던 MMF 순자산총액은 한 달 만에 10조3420억 원이 유출됐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중금리가 계속 오르면 MMF 손실 규모가 확대돼 대량 환매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은행의 추가 유동성 공급, 풍부한 시중유동성, 경기 둔화에 따른 금리 하락 전망 등을 고려할 때 과거와 같은 대규모 환매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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