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의 G마켓 인수를 조건부 승인한다고 25일 밝혔다. G마켓의 대주주(지분 29.9%)인 인터파크와 지분매입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이베이는 올해 5월 공정위에 사전 심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미 국내 오픈마켓 2위 업체인 옥션의 지분 99.9%를 보유하고 있는 이베이가 국내 1위 업체인 G마켓까지 인수하게 되면 사실상 국내 오픈마켓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 87% '공룡' 탄생
공정위에 따르면 작년 매출액 기준으로 G마켓은 오픈마켓 시장의 48.2%, 옥션은 3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베이가 G마켓을 인수하면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 87.2%에 이르는 거대 기업이 탄생하는 셈이다.
G마켓과 옥션은 지난해 각각 2229억 원, 1824억 원의 매출(수수료 등)을 올려 두 회사를 합치면 매출규모에서도 4000억 원을 넘어서게 된다. 지난해 거래규모는 G마켓이 3조2500억 원, 옥션이 2조6000억 원 가량이다.
공정위는 인수를 승인하면서 앞으로 3년간 쇼핑몰 등록 판매자에 대한 판매 수수료율을 올리지 못하고 등록 수수료와 광고 수수료는 물가상승률 범위를 넘지 못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중소 판매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만을 위한 게시공간을 만들고 공정거래법 준수 방안도 마련하도록 했다.
온라인쇼핑몰 업계에서는 이베이의 G마켓 인수가격을 인터파크 지분과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의 개인 지분 7.3%를 합친 3600억 원 정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5000억 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업계, 기대와 우려 교차
'조건부'라고는 해도 공정위가 시장 점유율 90%에 가까운 기업 결합을 승인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김상준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시장 점유율만을 고려해 (기업결합을) 금지하던 데서 벗어나 급변하는 인터넷시장 환경을 감안해 내린 첫 번째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G마켓이 2000년대 초반 사업을 시작해 단기간에 1위가 된 것처럼 인터넷 기반 사업은 진입비용이 낮아 언제든 경쟁사업자가 나올 수 있다"며 "포털 및 종합 인터넷 쇼핑몰도 낮은 비용으로 오픈마켓 전환이 가능해 합병에 따른 폐해는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업계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SK그룹 계열 오픈마켓 회사인 '11번가' 측은 "수수료 동결 등 공정위의 조건은 쿠폰 발행 등으로 얼마든지 피해나갈 수 있다"며 "온라인쇼핑몰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현실적인 추가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는 "혼탁했던 온라인 유통시장이 정리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픈마켓을 포함한 인터넷쇼핑몰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4470여개가 영업하고 있는 등 군소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