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증권硏원장 “한국, 글로벌IB 설립 최고기회”

  • 입력 2008년 9월 26일 02시 59분


“월가 헤지펀드IB의 몰락일 뿐”

“투자은행(IB) 모델 자체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를 못한 ‘헤지펀드형 IB’ 모델이 실패한 것이다.”

김형태(사진) 한국증권연구원 원장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금융위기 이후 ‘IB 시대는 갔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오지만 이는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리먼브러더스와 베어스턴스처럼 부채비율이 자기자본의 40∼50배에 이르고 자기자본투자(PI)에 치중하다가 부실화된 기업들은 IB보다 헤지펀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또 “PI 중심의 IB 모델은 당분간 위축될 것이지만 인수합병(M&A) 자문, 주식 및 채권의 발행 등을 하는 일반적인 IB 모델은 시장에 기업금융 수요가 있는 한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미국의 유수 IB가 몰락했으니 한국의 IB도 의미가 없다”는 일부의 주장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은 IB가 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위험관리와 규제하에서 제대로 된 IB를 만들라는 것”이라며 “국내에서 중소기업과 혁신기업이 육성되려면 위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투자은행과 위험자본을 제공할 자본시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대형 증권사들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지역적 리더’가 되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중소기업 전문 IB’와 같은 특화 전략을 펴는 방안을 추천했다.

중국과 일본이 미국 IB 지분 참여를 늘리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내 증권사와 일본 증권사 간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 시점이 국내 증권사들에는 ‘일생에 한 번 올 기회’라며 “부실화된 미국 IB들을 적절히 평가해 인수하면 국내 증권사들이 더 빨리 글로벌 IB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금융위기의 주범은 IB가 활용한 증권화, 신용파생상품 같은 혁신적 금융기법’이라는 시장의 믿음에 대해서도 ‘오해’라고 말했다. 증권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불완전한 증권화, 중층적 증권화’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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