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동네기업]<7>선반부품 제작 ‘에이원정밀’

  • 입력 2008년 9월 26일 02시 59분


야마나시 현에 있는 에이원정밀 공장에서 이 회사 직원이 절삭공구를 가공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공장은 주문받은 물량의 70%가량을 당일 만들어서 발송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에이원정밀
야마나시 현에 있는 에이원정밀 공장에서 이 회사 직원이 절삭공구를 가공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공장은 주문받은 물량의 70%가량을 당일 만들어서 발송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에이원정밀
‘고품질-짧은 납기-적정가’ 고수익 3박자

《일본 제조업체들은 100엔어치 물건을 만들어 팔면 평균적으로 5엔 안팎의 경상이익을 남긴다. 경상이익률(매출액 대비 경상이익)이 안정적으로 10%를 넘기면 어디에 내놔도 ‘고수익 기업’이라고 가슴을 펼 수 있다. 일본에는 세계적인 고수익 기업이 수두룩하지만 연 20∼30%대의 경상이익률을 나타내는 기업은 휴대용 게임기 DS와 가정용 게임기 위(Wii)로 ‘노다지’를 캐고 있는 닌텐도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에이원정밀은 천연기념물에 가까운 기업이다. 이 회사는 창업 이후 37년간 석유 쇼크와 엔고 불황, 버블 붕괴 등을 겪으면서도 거의 매년 35%가 넘는 경상이익률을 유지해 왔다.》

엔高 불황 - 버블붕괴 겪는 중에도 경상이익률 35% 넘어

까다로운 주문도 하루만에… 대기업들 “한수 배우자” 견학

○ 특허 하나 없는 평범한 동네기업

도쿄(東京) 도 후추(府中) 시 주택가. 3층짜리 에이원 본사 건물을 찾기까지는 한참 헤매야 했다. 주변에 있는 2, 3층짜리 주택이나 상가 건물보다 눈에 띄게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2층 사무실에 들어서니 창업자인 우메하라 가쓰히코(梅原勝彦·사진) 상담역(한국으로 치면 고문)과 직원 10여 명이 서류작업에 골몰해 있었다. 우메하라 상담역과 다른 직원 2명은 총무와 경리 등 일반관리 부문에 해당하는 일을 맡고 있었고 나머지 직원은 대부분 전화로 주문을 받고 있었다.

우메하라 상담역은 “팩스를 통해 주문 내용을 야마나시(山梨) 현에 있는 공장으로 보내자마자 제작공정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선반의 컬렉트 척(collect chuck·가공물을 고정하는 부분)과 캠(cam·선반 날 부분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부품) 등으로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 중국 등 후발국가의 중소기업도 어렵지 않게 제조할 수 있는 제품이다.

그렇다고 해서 에이원정밀이 특허와 같은 독점권을 갖고 있거나 강력한 영업망을 갖춘 것도 아니다. 특허는 하나도 없고 영업은 사무실에 앉아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것이 주를 이룬다.

이처럼 외견상 평범하기 그지없는 동네공장이 일본 컬렉트 척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매년 고수익을 올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 속도가 경쟁력

우메하라 상담역은 “고객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높은 품질, 짧은 납기(納期), 적정한 가격”이라면서 “이 세 가지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우메하라 상담역의 설명.

“하지만 품질과 가격은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에 다른 회사와 차별화하기는 어렵다. 우리 회사가 다른 회사에 비해 뛰어난 점은 짧은 납기이다.”

일본의 컬렉트 척 제조업체들이 주문을 받은 제품을 발주처에 납품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통상 1주일 이상. 하지만 에이원정밀은 주문 물량의 70%를 당일 발송한다.

아무리 까다로운 조건으로 주문해도 하루 안에 납품하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 도요타자동차의 간부들이 “한수 배우고 싶다”며 공장 견학을 요청한 일도 있었다.

우메하라 상담역은 “제작 시간을 줄여 납기를 단축하는 것은 품질 하락을 수반하기 때문에 위험한 방법”이라면서 “우리는 제작을 시작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과감히 생략해 ‘당일 수주, 당일 제작’ 관행을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에이원정밀은 이를 위해 공정이나 납기를 관리하는 부서나 자리를 전혀 두지 않고 있다.

공정이나 납기를 관리하는 별도 부서가 있으면 불필요한 사전절차를 만들어 내기 마련이라는 게 우메하라 상담역의 생각이다.

이 회사 임직원들이 자리에 앉아서 회의를 하는 시간은 1년을 통틀어 30분에도 못 미친다. 에이원정밀은 또한 급한 주문이 들어올 경우에 대비해 기계설비의 30%가량은 언제나 놀리고 있다.

○ “경영자는 이익에 집착하라”

기술형 중소기업을 이끄는 일본의 경영자 중에는 “이익에 너무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우메하라 상담역은 “이익에 집착하는 것이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사회로부터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에이원정밀은 창업 후 37년간 단 한 차례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또한 그와는 정반대로 어떤 불황이 닥쳐도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가격을 묶어놓는 대신 끊임없이 생산성을 높이고 판매관리 비용을 줄여 남은 부분을 안정적인 이익으로 확보해온 것.

전 직원이 100명을 약간 웃도는 에이원정밀 정도의 제조업체에서는 총비용 대비 판매관리비가 20%만 되어도 경영효율이 뛰어나다고 평가하지만 에이원정밀은 이 비율이 15.5%에 불과하다.

하지만 에이원정밀이 절대 아끼지 않는 비용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생산성이 높은 기계를 구입하기 위한 설비투자비이고, 나머지 하나는 종업원 급여다.

에이원정밀의 급여 수준은 동종업계에 비해 50%가량 높다.

우메하라 상담역은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인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은 ‘사람은 성(城), 사람은 돌담, 사람은 해자(垓子)’라는 말을 남겼다”면서 “기업경영도 사람이 전부”라고 말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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