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커피-신문 제공안해… ‘부족한 서비스’에 만회성 이벤트 만발
한성항공이 2005년 8월 첫 비행을 시작한 뒤 제주항공(2006년 5월), 진에어(올해 7월 17일), 영남에어(7월 25일) 등 ‘저비용 항공(Low Cost Carrier)’, ‘지역 항공’을 표방하는 항공사가 잇달아 취항했다.
이어 부산을 기반으로 한 에어부산과 울산지역 항공사인 코스타항공이 10월에, 전북 군산에 본사를 둔 이스타항공이 11월에 취항할 예정이어서 ‘저가(低價) 항공’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가 항공사의 서비스가 기존 항공사와 어떻게 다르고, 저가 항공사별로는 어떤 차이가 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동아일보 기자가 24일 하루 동안 국내 4개 저가 항공사가 모두 취항한 김포∼제주 구간을 2회 왕복하면서 각 저가 항공사의 현주소를 비교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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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항공 가장 저렴… 영남에어 좌석 가장 편해
같은 저가 항공이지만 항공료는 회사별로 차이가 났다. 기자가 탑승한 24일 기준으로 항공료(김포∼제주 구간)가 가장 싼 항공사는 한성항공이었다. 공항세와 유류할증료를 포함해 4만7100∼6만7100원. 이는 같은 날, 같은 구간 대한항공의 9만5000원보다 2만7900∼4만7900원 낮다.
하지만 한성항공 비행기는 제트기가 아닌 프로펠러 비행기여서 상대적으로 소음이 많고, 운항시간도 20분 정도 더 걸렸다.
영남에어(6만8110원)는 요금은 다른 저가 항공사보다 높은 편이지만 좌석은 가장 편했다. 다른 항공사는 앉았을 때 무릎이 앞좌석에 닿았지만 영남에어는 한 뼘 정도 여유가 있었다. 전수미 영남에어 승무원은 “최대 120석까지 배치할 수 있는 좌석을 100석으로 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음료수는 주지만…
외국의 저가 항공사는 물 한 잔도 돈을 내고 사 마셔야 하지만 국내 저가 항공사는 물과 음료수는 무료로 제공한다. 다만 기존 항공사에 비해 음료수의 종류는 단조로운 편이다.
가장 다양한 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영남항공. 땅콩과 생수, 옥수수수염차, 오렌지주스, 캔커피 등을 준다. 원두커피를 제공하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캔커피를 주는 게 특이했다. 그나마 커피를 제공하는 곳은 영남항공이 유일하다.
제주항공은 생수와 제주감귤주스, 진에어는 녹차와 오렌지주스, 한성항공은 생수와 오렌지주스를 준다.
기내에 신문이 제공되지 않는 것도 기존 항공사와 다른 점이다. 한성항공과 제주에어는 사보(社報)를 비치하고 있고, 영남에어는 타블로이드판 무료 신문을 제공한다. 진에어는 신문이나 잡지가 전혀 없다.
하지만 기존 항공사에서 신문을 제공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승객들은 허전하다는 반응이었다. 진에어에 탑승한 김태영(45) 씨는 “1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자니 무료하다”고 말했다.
○ “비행은 엔터테인먼트”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동지 여러분의 협조 여하에 따라서 이 비행기는 목적지인 김포로 갈 수도 있고, 이북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제주발 김포행 제주항공 기내. 이륙한 지 20여 분이 지나자 갑자기 북한 중앙방송 여자 아나운서와 비슷한 억양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승무원들과 사진을 함께 찍는 ‘추억의 사진 찍기’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20대 승무원 4명은 어느새 1970년대 고등학교 교복으로 갈아입고 나타나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승객들과 포즈를 취했다. 젊은 승객들은 재미있다는 듯 사진을 찍었지만 일부 승객은 눈살을 찌푸렸다.
한성항공도 상대적으로 부실한 기내 서비스를 승무원들이 ‘몸으로 뛰어’ 만회한다.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임의로 골라 ‘누구나 풀 수 있는’ ○ × 문제를 내고 간단한 기념품을 제공했다.
진에어 승무원들은 야구 모자에 청바지 차림의 편한 복장으로 모(母)회사인 대한항공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