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내놓고 전문경영인 변신
올해 영업이익 2200억 예상
“내게는 큰 아픔이지만 기업으로 보면 겪어야 할 일을 겪는 것 같습니다. 회사가 이 위기만 극복하면 적어도 30∼40년은 끄떡없겠지요.”
자신의 회사 지분을 모두 내놓고 ‘오너’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한 박병엽(사진) 팬택계열 부회장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 부회장이 1991년 창업한 팬택계열의 기업사(企業史)는 초고속 성장에 이은 갑작스러운 부도 위기, 전격적 기업개선작업 및 빠른 회복으로 압축된다.
“올해 2조2000억 원 매출에 2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 같아요. 휴대전화 판매량, 매출액, 영업이익 등 모든 지표에서 사업계획을 초과 달성하는 거죠. 올해의 목표 이익은 상반기에 이미 넘었습니다.”
팬택계열은 지난해 4월 기업개선작업을 시작한 이래 다음 분기인 같은 해 3분기(7∼9월)부터 영업이익이 나왔다. 영업이익률도 10% 안팎으로 견고하다. 1991년 무선호출기(삐삐) 제조사로 출발해 한때 매출액 3조 원이 넘는 회사로 급성장한 저력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팬택계열은 삼성 LG 노키아 같은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창업 이래 15년 동안 연평균 56%씩 성장했습니다. 이 정도 실력이면 기업문화와 기업혼이 있는 회사로 봐야겠죠.”
그는 기업개선작업을 벌이면서 주력시장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수익성 위주로 제품 라인업을 조정했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보유자산 매각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함께 자신의 전 재산도 내놓았다. 이를 “팬택계열의 A부터 Z까지 모두 바꿨다”고 표현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 2년간 세계 휴대전화 시장 상황이 신통치 않았어도 팬택계열은 선전(善戰)을 해 왔다.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서 떠난 직원들도 돌아오고 있다.
박 부회장은 “세계의 장수(長壽)기업들은 몇 차례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해 장수하고 있다”며 “팬택계열도 첫 시련을 겪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내년 휴대전화 시장은 경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내년 사업목표를 더욱 높게 잡으라고 지시했다. 자신 있다는 소리다.
회사가 정상화된 뒤의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뜻과 상황에 맞는 길을 찾겠습니다. 아수라장을 수습해 여기까지 왔으니 기업인으로서 부끄러움은 조금 면한 것 같군요.”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