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이 언급된 후 글로벌 증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과거 저축대부조합 파산 후 미국의 금융기관이 정상화되기까지 2년 이상 걸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속단은 금물이다.
이번 한 주는 월말과 월초가 겹쳐 있어 국내외 경제지표에 관심이 높다.
미국에서는 개인소득과 소비지표, ISM제조업지수가 발표된다. 금융시장의 혼란이 실물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유럽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결정(10월 2일)한다. 그동안 유럽은 물가를 근거로 긴축정책을 유지했지만, 유럽 경제도 급속히 냉각되고 있어 정책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국내에선 8월 산업활동 동향과 9월 수출입 실적이 발표된다. 성장 버팀목으로 작용했던 수출도 글로벌 경기 하강에 따라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어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다. 이 경우 주식시장에 반갑지 않은 뉴스가 하나 더 생기게 된다.
그토록 큰 폭의 등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가 수준은 1개월 전과 큰 차이가 없다. 그만큼 주식시장에서 ‘추세’가 사라지고 ‘변동성’만 남았다는 뜻이다. 추세가 없는 시장은 장기투자보다 단기매매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쉽고, 투자자들은 증시의 작은 상승에도 차익 실현을 고민하기 마련이다.
투자자들이 미국 금융시장이 언젠가는 정상 기능을 회복할 것이라고 공감하면서 일일 뉴스에 일희일비하는 이유도 추세에 대한 확신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장기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 ‘상승 추세’가 만들어지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에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금융위기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할 수 있다면, 투자자들은 1980년 이후 대부분의 경기침체는 긴 시간의 고통 없이 회복됐다는 점을 기억할 것이다.
주식시장의 현인(賢人)들은 투자에 성공하려면 남들이 모두 두려워할 때 과감하게 투자하는 ‘역발상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좋은 이야기다. 그러나 시장에 만연한 공포감을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장의 추세 회복을 위해서는 최소한 미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주 가장 중요한 뉴스는 금융위기 타개를 위한 미 정부의 구제금융법안의 의회 통과와 법안의 세부 내용이다.
이번 한 주는 세세한 경제지표보다는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만은 재구축하겠다는 미국 정책당국의 의지가 미국 국민과 각국 투자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는지 눈여겨볼 시기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경기침체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투자의 기회만을 제공했다.
정영완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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