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회장 협박하자” 범행 모의 드러나

‘살해청부’ 대기업 前 자금관리인 주변인물들

모 대기업 총수의 자금을 관리했던 이 회사 전 자금관리부장 이모(40) 씨가 자금 출처 등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청부 살해를 시도했다는 진술이 추가로 확보되면서 경찰의 최초 수사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보 27일자 A10면 참조 ▶ “총수자금 자기 돈처럼 투기…자금출처 노출 우려 살해청부”

28일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등에 따르면 이 씨에게서 돈을 갈취했다는 박모(38·구속 기소) 씨는 경찰이 발표한 ‘대전사거리파’ 조직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과 경찰이 내부적으로 작성한 조직폭력배의 계보도와 조직원 명단에 박 씨는 없었으며, 박 씨는 폭력 전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씨의 지시를 받고 박 씨에게 오토바이 퍽치기를 한 정모 씨, 박 씨를 납치해 감금했던 윤모 씨도 당초 ‘모래내파’ 조직원으로 발표됐으나 조직원 명단에 없는 인물이었다.

공소장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고급술집인 B, S 등에서 이 씨로부터 이 씨가 관리하고 있는 A그룹 회장의 자금 출처와 관리 실태 등에 관한 얘기를 들은 주변 인물들이 거꾸로 A그룹 회장을 협박하자고 모의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이 씨는 1차로 살해 청부를 맡겼던 정모 씨를 올 7월 해외로 도피시키기 위해 해외 도피자금으로 3억 원을 건네기도 했다.

경찰은 이 씨에 대해 살인교사 혐의 등을 적용해 29일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기로 했다. 앞서 경찰이 이 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은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