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매일 같이 중국산 위해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식품 및 사료 신속 경보시스템(RASFF · Rapid Alert System for Food and Feed)'에 따르면 2007년 경보를 울린 중국산 식품 및 사료는 총 355건(홍콩 제외한 건수). 거의 날마다 위해물질이 검출된 셈이다. 이는 RASFF가 적발해 회원국에 통보한 건수의 12%에 해당하는 수치다.
RASFF란 EU 집행위원회가 운영하는 유럽 내 유통 식품 및 제 3국으로부터의 수입 식품을 관리하는 식품안전체계로 매주 위해식품 정보를 회원국에 통보하고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공표 내용은 식품유형, 위해요소, 제품 발견 국가, 제품 생산 국가 등이다.
● 납, 수은, 비소까지 검출
2007년 7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약 6개월 동안 RASFF가 발표한 위해 식품을 조사한 결과, 중국산 식품 및 사료에서는 니트로퓨란, 벤조피렌, 클로람페니콜 등 발암 물질 뿐만 아니라 납, 비소, 수은, 카드뮴 등 중금속 물질도 상당수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중국산 쌀 단백질과 옥수수 글루텐에서 멜라민이 11차례나 검출되어 이미 '멜라민 파동'이 예고되기도 했다. 중국산 원료로 만들어진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의 동물 사료에서 멜라민이 다량 발견된 것.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 물질(Carcinogenic to human) 로 규정한 '벤조피렌'이 칠리오일과 참기름에서 검출되었고 발암 추정 물질로 알려진(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 '납'이 새우, 버섯, 세라믹 접시 등에서 검출되었다. 이에 비하면 멜라민은 발암성으로 분류할 수 없는 물질(not classifiable as to its carcinogenic to human)에 속해 다른 위해 물질보다 오히려 위험성이 낮다.
'벤조피렌'은 모든 탄소화합물의 연소 과정에서 나타는 발암물질로 자동차 배출 가스, 담배 및 그을린 음식 등에서 발생한다.
'납' '카드뮴' '비소' '수은' 등 비중 4.0 이상의 중금속들도 체내에 축적되면 각종 중독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동물용 항생제인 '니트로퓨란'은 새우, 돼지 껍질에서, 사용 금지된 유독성 항생물질인 '클로람페니콜'이 가재, 벌꿀에서 검출되었다.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최창순 교수는 "중금속 물질들은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 쌓인다는 점에서 위험하고 '클로람페니콜' 등 동물용 항생제들은 장기간 노출되면 혈액 계통 이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한국도 유럽처럼 '위해 식품 조기 경보제' 강화해야
2007년 원산지 국가별로 RASFF 경보 발령 횟수를 보면 중국(1위, 355건), 터키(2위, 293건), 미국(3위, 191건), 스페인( 4위,177건), 이란 (5위, 133건) 순이다.
EU 보건 집행위원위는 위해 물질이 적발되는 중국 식품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2007년 10월 중국 당국자와 회의를 열고 중국 식품 유통망에 걸쳐 식품 안전성을 강화, 통제하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멜라민 사료, 미승인 GMO Bt3 오염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멜라민 파동'으로 중국산 수입 식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도 '위해 식품 경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RASFF는 유통 제품을 회수하는 '경계 통보', 미유통 제품 관리를 위한 '정보 통보', '경계 또는 정보 통보'를 받은 제품의 사후 관리를 위한 '참고 통보'로 나누어져 통관부터 폐기까지 철저히 추적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4월 '수입식품 안전관리 강화대책'을 마련했지만 위해 물질이 확인된 제품만 경보 발령과 동시에 회수 조치를 취한다. 이번에 멜라민 함유가 의심되는 제품을 포괄적으로 판매 금지시킨 것은 예외적인 조치다.
'아이쿱 생협' 김대훈 팀장은 "수입 식품 위해 요소가 확인되기 전인 의심 단계부터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특정 가공 제품뿐만 아니라 원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경보 단계별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