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는 ‘환(換)헤지용 통화옵션 상품’의 일종입니다. 벌써부터 환헤지는 뭐고 통화옵션은 또 뭐냐는 한숨소리가 들리네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두 개념만 제대로 이해하면 키코가 무엇인지도 자연히 알게 될 겁니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차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수출업체들은 상품을 해외로 수출하고 달러를 받죠. 문제는 환율이 시장 상황에 따라 자꾸 변한다는 겁니다. 만약 환율이 오르면 일정액의 달러를 더 많은 원화와 바꿀 수 있으니 수출업체엔 이익이겠죠. 하지만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업체는 손해를 봅니다.
기업들은 보통 환율 상승으로 볼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환율 하락에 대한 손실을 우선적으로 막으려고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거래 환율을 고정시켜야 원래 정해진 마진을 받고 미래의 경영계획도 세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업들은 금융기관이나 다른 투자자들과 미래의 어느 시점에 달러를 미리 정해놓은 가격으로 팔겠다는 계약을 합니다. 이런 계약을 ‘선물(先物)환 거래’라고 해요. 선물환은 대표적인 환헤지 방법입니다.
그런데 키코는 선물환과 조금 다릅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환율(계약환율)에 기업이 달러를 은행에 파는 계약입니다. 여기까진 선물환과 비슷하죠. 그런데 환율이 하한선 이하로 내려가면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고 또 상한선 위로 올라가면 달러를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은 계약환율에 팔아야 해서 기업이 손해를 봅니다. 어렵나요? 예를 들어 설명해보죠.
A은행과 수출업체 B사가 계약금액 100만 달러인 키코 계약을 했다고 합시다. 계약환율은 1000원, 상한선과 하한선은 각각 1050원, 950원이라고 치죠.
만약 일정 기간(보통 한 달입니다) 내에 환율이 한 번이라도 950원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은 무효가 됩니다. 이 경우 B사는 다른 헤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B사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환율이 항상 950∼1050원에서 움직이는 경우입니다. 이때 B사는 계약환율인 1000원에 100만 달러를 은행에 팔 수 있는 옵션(선택권)이 생깁니다. 만약 달러를 팔 때 시장 환율이 950∼1000원이라면 기업은 그만큼 비싸게 파는 셈이니 이익을 보겠죠. 물론 환율이 1000∼1050원이라고 해도 기업은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그냥 ‘옵션’을 포기하면 그만이거든요.
그런데 환율이 기간 내에 한 번이라도 1050원 이상으로 올라가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이 경우 B사는 계약금액의 두 배인 200만 달러를 시장 환율보다 훨씬 낮은 계약환율(1000원)에 팔아야 합니다. 만약 달러를 팔 때 시장 환율이 1100원이라면 B사는 ‘200만 달러×달러당 100원=2억 원’의 손해를 떠안아야 하는 셈이죠.
키코는 환율 안정기가 시작된 2006년부터 인기를 끌었습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2006년 1월부터 2년간 거의 900∼1000원에서만 움직였어요. 또 키코는 선물환과 달리 계약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을뿐더러 환율이 예상대로만 움직여 주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하더니 상한선을 통과한 키코 계약이 무더기로 생겼습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모두에게 있습니다. 우선 기업들은 당장의 환차익을 보겠다는 생각에 “환율이 설마 거기까지 오르겠어?”라는 안이한 판단을 했죠. 또 상품을 판 은행들은 기업들에 상품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판매 이익을 챙기려고 했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정부는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요. 우리는 이번 사례를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따른다’는 투자의 제1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겠습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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