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자본수지 ‘쌍끌이 적자’ 비상

  • 입력 2008년 10월 2일 03시 26분


누적무역적자 142억달러

11년만에 경상적자 예상

《지난달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8.30원 오르며 급등세를 탔다. 8월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되면서 환율 상승세에 불을 지핀 것. 평상시에는 경제성장률이 가장 중요한 펀더멘털 지표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성장률보다 경상수지 수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경상수지와 더불어 자본수지가 동반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

경상수지 적자는 올해 들어 8월까지 125억9000만 달러로 불었다.

한은의 연간 전망치인 90억 달러, 정부의 전망치인 1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4분기(10∼12월)에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1년만에 경상수지 적자 전환이 확실시된다.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달러 자금줄이 마르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와 채권에 투자한 돈을 걷어가면서 연간 기준으로 자본수지마저 적자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자본수지와 경상수지가 동반 적자를 낸다면 이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내년에는 세계 경기마저 꺾일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더욱 크다.》

○ 유가하락 반영에 시차, 자동차파업으로 수출차질 등 겹쳐

1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작년 9월보다 28.7% 늘어난 377억5300만 달러, 수입은 45.8% 급증한 396억5000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18억9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무역수지는 5월만 반짝 흑자를 냈을 뿐 8개월 동안 적자를 내면서 누적 적자도 142억4200만 달러로 불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상수지도 11년 만에 적자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8월 경상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인 47억880만 달러로 급증했다. 한은 측은 △국제 유가 하락분이 한 달 정도를 두고 수입액에 반영되는 점 △주력 수출품인 선박의 인도 시점 지연 △자동차업체의 파업에 따른 수출 차질 △영업일수 부족(7월 25일, 8월 22.5일) 등의 불규칙 요인이 겹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 세계경제 침체 가속… 내년 전망 더욱 어두워

문제는 내년이다. 다행히 경상수지 적자는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다만 위축된 세계 경기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0.3%포인트 낮은 3.7%로 낮춰 잡았다. 미국 경제성장 전망치도 0.8%에서 0.7%로 하향 조정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둔화되면 1분기(1∼3월) 후 한국의 수출이 1.2% 둔화되며 이 영향력이 5개 분기 후까지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기가 둔화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 1차 충격이 오고 다시 중국 등 대미교역 국가에 대한 한국의 부품 및 중간재 수출이 감소하는 2차 충격이 온다는 것.

한국경제연구원은 경상수지가 올해 100억 달러 적자에서 내년에는 58억 달러로 규모는 줄겠지만 2년 연속 경상수지 적자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올 자본수지 누적 적자 56억 달러… 장기화땐 금융시장 불안 가속

올해 경상수지 적자는 100억 달러에 이르러도 국내총생산(GDP)의 1%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4.1%, 1997년에는 1.6%에 이르렀다.

1∼8월 자본수지는 내국인 해외투자 증가와 외국인의 증시 순매도 영향으로 56억8250만 달러 순유출로 집계됐다. 이 추세대로라면 2001년 이후 7년 만의 순유출로 전환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면 들어오는 달러보다 나가는 달러가 많아져 외환보유액이 줄고 외채는 늘어나게 된다. 환율이 급등해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최근과 같은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 속에서 국내 은행이나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져 달러 유동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본부장은 “세계 경기 둔화로 내년 하반기까지 경상수지 적자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노사 상생을 통해 수출 차질을 최소화하고 자본수지에서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규제 완화로 안정적인 외국인 직접 투자를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