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KOREA]소프트엔진 달고 미래로 뛴다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1 1983년 2월 8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이병철 당시 삼성그룹 회장이 중대 발표를 했다. 앞으로 매년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 소식을 접한 한국 재계나 정부의 반응은 대체로 차가웠다. 하지만 이 회장은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이루게 할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곧바로 막대한 자금을 반도체 사업에 쏟아 부어 약 10년 만인 1992년 9월 25일 마침내 세계 최초로 64메가D램을 개발했다. 이후 삼성은 올해까지 16년째 선발업체인 미국이나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2 1972년 3월 23일 울산 미포만 백사장에서 요란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 1969년 10월부터 추진한 현대조선소 공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조선소를 착공하기까지 정 회장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해외 차관을 얻기 위해 외국을 발이 닳도록 쫓아다녔고 수주 실적이 있어야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외국 금융회사 방침에 따라 세계 유력 선주(船主)들을 잇달아 접촉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그 결과 정 회장은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를 동시에 이루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때 만든 조선소는 오늘날 세계 1위 조선업체로 성장한 현대중공업의 기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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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중후장대 산업에 도전

80년대 반도체를 향한 모험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 기업들은…

○ 현재의 판단이 10년을 좌우

1960년대부터 본격화한 한국 경제의 초고속 성장을 가능케 한 것은 정부, 근로자들과 함께 ‘선견지명(先見之明)’을 갖춘 기업인들의 공로가 크다. 이들이 최소 10년 앞을 내다보고 한국이 ‘먹고살 것(미래 성장동력)’을 미리 확보해둔 덕분에 일자리가 늘었고 생활수준도 높아졌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공격적 투자보다는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노사 분규가 심해지면서 국내 사업을 접고 해외로 나가는 기업도 늘어났다.

그나마 국내에 남은 기업도 ‘좌파 정권’에서 더 확산된 반(反)기업 정서 및 정책으로 투자에 제약을 받았다. 일부 경제 전문가 사이에서는 “미래 성장동력을 새로 확보하지 않으면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처럼 경제적으로 몰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정권교체를 통해 올해 출범한 새 정부는 최근 ‘그린 카(Green Car)’ 등 앞으로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주도할 신(新)성장동력 22개 사업을 선정하고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한동안 투자를 꺼린 기업들도 미국발(發) 세계 금융위기 등 어려운 여건 아래서 미래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나서고 있다. 제2의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을 꿈꾸며….

○ 친환경으로 새로운 활로를

국내 4대 그룹은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녹색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이나 고유가 등으로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녹색산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은 태양전지, 저(低)탄소 친환경 그린카, 해양 바이오 연료, 연료전지 발전시스템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에버랜드 등 3개 계열사를 대표적인 친환경 분야인 태양광 사업을 이끌 주력회사로 선정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그린카’를 개발하기 위해 핵심부품과 원천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LG그룹 역시 태양광 발전 등 에너지와 관련된 친환경 사업이 향후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충남 태안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등 본격적인 ‘녹색 경영’에 나섰다.

SK그룹은 환경위원회를 출범시키고 2010년까지 ‘저이산화탄소 녹색 기술’ 개발에 1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 인수합병(M&A)을 통한 재도약

M&A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기업도 많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든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한화그룹이 대표적이다. 이들 그룹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차세대 먹을거리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열한 인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원천 기술 확보와 해외 영업망 확보 등을 위해 해외 기업 인수를 추진 중인 기업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미국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M&A를 가급적 피하고 자체 투자를 통한 성장을 추구해왔지만 급변하는 세계 시장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M&A도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과감하게 성장 전략을 바꿨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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