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KOREA]반도체 코리아 “이젠 비메모리 신화를 쓰자”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1990년대 이후 한국 경제 성장의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해 온 반도체가 또 한 번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핵심은 비(非)메모리 분야로 불리는 시스템LSI. 한국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이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그동안 메모리 분야에서는 부동의 1위를 지켜왔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의 75∼80%를 차지하는 시스템LSI 부문에서는 큰 두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생산라인 증설로 이 분야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반도체 부문 신(新)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전자, 일류화 5대 제품 중 4개가 작년 세계 1위

하이닉스, 올해부터 매출액 10% R&D에 집중투자

○ 삼성전자의 일류화 8대 제품

삼성전자는 반도체총괄 시스템LSI 부문에서 지난해 2조8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2002년 20위에서 지난해 14위로 뛰어올랐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1조47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가 추진해 온 ‘메모리와 비메모리 동반 성장’의 성과다.

이 회사는 스마트카드 칩(IC),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 MP3플레이어용 컨트롤러 칩(SOC), 내비게이션용 AP, 카메라폰용 CMOS 이미지센서(CIS) 등 1기 일류화 5대 제품을 집중 육성해 왔다. 그 결과 DDI(2002∼2007년), 내비게이션용 AP(2006, 2007년), SOC 및 IC(각 2007년) 등 4개 제품이 세계 1위에 올랐고 CIS도 지난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CIS는 지난해 출시된 800만 화소급이 올해 주력제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여 머지않아 세계 1위인 미국 앱티나를 본격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은 5월 대만에서 열린 삼성 모바일 포럼에서 “비메모리 사업 부문에서 집중 육성한 5대 사업군이 성공적으로 정착됐다”며 “3가지를 추가해 8대 사업 분야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추가된 2기 일류화 3대 제품은 디지털TV(모바일TV 포함)용 반도체, 메모리 스토리지 컨트롤러(SSD), 차세대 스토리지용 반도체 등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세계적으로 아날로그 방송에서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이 매우 빠르게 진행 중인 만큼 디지털TV용 반도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지털TV 수요가 2006년 7800만 대에서 2012년 2억2600만 대로 급격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은 이미 디지털TV 분야 핵심 반도체 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 다시 도전하는 하이닉스

2004년 10월 씨티그룹에 시스템LSI사업부(현 매그나칩)를 매각했던 하이닉스는 ‘3년간 겸업금지’ 제한이 풀림에 따라 비메모리 분야 재진출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전략 품목은 CIS와 자동차용 반도체.

하이닉스는 우선 CIS 전문설계회사인 국내 실리콘화일과 지난해 11월 전략적 제휴를 맺었으며 최근 실리콘화일 지분을 30%로 늘렸다.

상반기에 샘플이 나온 30만 화소급 CIS는 10월부터 양산에 들어가고 연내에 130만∼300만 화소 시제품 출시와 순차적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을 만큼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7월 시스템반도체 설계회사인 씨엔에스테크놀로지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뒤에는 자동차용 반도체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히며 이 분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이닉스가 경기 이천 공장과 충북 청주 공장 등의 200mm 웨이퍼 공정 생산라인을 서둘러 구조조정하고 있는 것도 비메모리 분야 육성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는 2006년 전체 매출액의 5%인 4000억 원이었던 R&D 투자액을 지난해 6%인 5000억 원으로 늘린 데 이어 올해부터 매출액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R&D 비용 중 신규사업 비율을 2012년에는 35%까지 끌어올림으로써 비메모리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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