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재테크]ELF ‘고수익’ 유혹 뒤에 ‘고위험’ 함정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기초자산 전망 살펴야

요즘 손실 우려 커졌다는 ELF,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요?

“가입한 주가연계펀드(ELF) 평가금액이 ―32%네요! 홍콩 증시도 불안하고 ―50%까지 하락하면 손실이 더 커질 수 있으니 환매해 주세요.”

지난달 18일 홍콩H지수가 장중 7,789까지 밀리자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F에 가입한 고객 A(46) 씨가 환매를 요청해 왔다.

A 씨가 가입한 상품은 기초자산인 코스피200과 홍콩H지수가 2년 동안 5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이 보장되지만 지수가 그 밑으로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 고객이 원금 손실을 보는 상품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홍콩 증시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고 A 씨는 홍콩 증시의 추가 하락을 우려해 원금 ―32% 손실에 수수료까지 부담하며 환매를 결정한 것이다.

2003년 한국에 도입된 ELF는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 중 하나로 인식되면서 큰 인기를 끌어 올해 9월 기준 설정액이 20조 원을 넘어섰다. ELF의 기초자산도 개별 주식에서 해외 증시까지 다양화됐다. 2003년 이후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여 ELF 손실 우려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증시가 하락하면서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ELF가 증가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LF는 자산운용사에서 ELS에 투자하는 ‘ELS 전용펀드’이며,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ELF는 펀드에서 투자하는 ELS와 같은 구조로 수익과 손실이 확정된다.

그러나 실적 배당형 상품인 ELF는 펀드에 편입된 파생상품의 운용사가 파산하면 투자자가 손실을 볼 수 있어 운용사의 건전성을 파악한 후 가입해야 한다. 최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보호신청을 함에 따라 이 회사의 파생상품이 편입된 ELF 가입자들의 문의가 잇따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고 연 24% 수익 추구’ 이런 식으로 금융회사들은 ELF를 판매할 때 ‘최고 수익률’이 몇 %인지 강조한다. 그래서 투자자 중에는 금융회사의 홍보성 자료에 혹해 상품의 위험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입하는 일이 많이 있다.

그러나 투자자를 유혹하는 ‘고수익’ 뒤에는 ‘고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LF를 선택할 때는 수익률보다 기초자산의 전망을 먼저 살펴야 한다. 특히 최근처럼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시기에는 개별 종목보다 종합지수가 기초자산인 지수형 상품이 유리하다.

기초자산 지수를 선택할 때에도 신흥시장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는 변동성이 커서 주의가 필요하다. 또 ELF의 경우 상품구조가 복잡해 원금보장 조건이 무엇이고, 원금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간혹 상환 전에 급전이 필요하다고 환매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그러나 ELF는 조기 상환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만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장기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기초자산의 가격이 좋지 않으면 1∼2년간 자금이 묶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A 씨처럼 평가손실이 나있는 상태에서 중도 상환하면 평가손실 외에도 높은 수수료(6개월 이내 10%, 금융회사마다 다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ELF에 돈을 넣을 때는 만기를 고려해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용산지점 차장·딸기아빠의 펀펀재테크 저자

정리=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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