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구제금융이란

  • 입력 2008년 10월 8일 02시 54분


Q) 요즘 신문에서 ‘구제금융’이란 용어를 자주 접합니다. 최근엔 미국 상하원 의회에서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되었다는 기사가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는데요. 도대체

구제금융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 것인가요. 또 문제점은 없나요?

“한 기업이 쓰러지면서 연쇄부도 등으로

국민경제에 위험줄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정부 - 기관이 공적자금 투입해 도산막아”

‘상원은 1일 표결에서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에 1500억 달러 규모의 세금감면 조치 등을 포함한 새 구제금융법안을 찬성 74표, 반대 25표로 가결했다.’

▶ 본보 3일자 1면에 관련기사

▶ 美구제금융안 상원 통과… 이르면 오늘 하원 표결

구제금융은 말 그대로 구제(救濟·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와줌)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어떤 기업이 망해 국민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기업의 도산을 막기 위해 정부 및 금융기관이 공적 자금을 투입해 해결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미국 구제금융의 역사는 오래됐습니다.

1930년대 대공황 땐 대출을 통한 경제 활동 촉진 목적으로 재건금융공사(RFC)를 설립했고, 1970년대엔 록히드항공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자 미국 정부가 공적 자금을 대출해 줬습니다.

1989년엔 저축대부업체의 도산이 크게 늘자 자산 매입을 위한 정리신탁공사(RTC)를 설립해 2000억 달러를 쏟아 부은 역사가 있습니다.

올해 들어선 양대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각각 1000억 달러, 미국 최대 보험사 AIG에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단행했습니다.

그래도 금융위기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자 금융권 부실자산 인수라는 전방위 구제금융으로 700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한 것입니다.

한국도 구제금융의 역사가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9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1997년 11월,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자 한국 정부는 IMF에 195억 달러(현재 기준 78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신청해 금융회사나 기업이 해외에서 빌린 돈을 갚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구제금융이 필요할까요?

예를 들어 130개국 74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무너지면 AIG 고객은 물론 AIG와 연관되어 있는 세계 각국의 금융회사들에 악영향을 끼쳐 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도나는 한 기업 때문에 그 기업과 연관되어 있는 다른 기업까지 줄줄이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뉴욕타임스 경제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레온하트 씨는 10월 1일자 칼럼에서 “구제금융은 월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정말 나쁜 일이 일어날 위험을 줄이자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월가를 돕지 않고는 이런 목적을 이룰 방법이 없다”고 구제금융의 필요성을 얘기했습니다.

물론 구제금융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들은 구제금융이 자율과 그에 대한 책임을 중시하는 자유시장경제의 질서를 해친다고 주장합니다. 경영을 잘못해서 부도가 날 지경에 이른 기업은 방만 경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자꾸 해결사를 자처하다 보면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상품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짐 로저스 회장은 최근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구제금융안은 경제적 고통을 연장시킬 뿐이다. 모든 부실이 스스로 깨끗하게 정리되도록 시장에 맡겨둬야 한다”며 미국 정부의 전방위 구제금융을 비판했습니다.

구제금융을 둘러싼 여러 시각이 있지만 주기적으로 위기를 맞는 금융시장에서 구제금융 자체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저명한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라는 저서에서 금융위기가 몰고 올 파장을 줄이려면 ‘궁극적 대여자(the lender of last resort)’의 효과적이고 기민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미국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이 금융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성공작으로 역사에 기록될지, 실패작으로 남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