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국민의 불안은 여전합니다. 최근 대형마트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식품업체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식품코너의 과자 판매대는 아직도 썰렁하기만 합니다. 홈쿠킹 관련 제품의 매출은 반사이익으로 껑충 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불안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식품회사 가운데는 식약청의 한시적 판매금지 조치가 나오기 전부터 소비자 안전을 고려해 손해를 감수하고 중국에서 수입하는 식품의 출고를 자체 중단한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회사는 뒤에서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멜라민이 들어 있지 않은 상품도 판매할 수 없으니 손해가 크다는 이유였죠.
몇몇 회사는 ‘혹시 있을지 모를’ 자사(自社) 제품의 위험성을 확인하는 것은 뒷전인 채 “우리 제품은 안전하다”는 주장만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가공식품에서 멜라민은 계속 검출됐습니다. 소비자들은 식품회사를 더욱 믿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정작 자신들이 만들거나 수입하는 제품에 대한 관리는 소홀한 채 목소리 높여 ‘주장’만 해온 식품회사들의 모습이 소비자들에게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을까요.
진심어린 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노력 없이는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또 다른 소비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직한 식품을 만드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기업이 정답으로 삼아야 할 고객의 소리입니다.
식품업계 대표들은 2일 모여 “멜라민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자성한다”며 “새로운 각오로 안전한 식품을 만들겠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런 모습이 단순한 ‘보여 주기’로 끝나지 않기를 정말 바랍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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