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재테크]주식 초보자 팔까 말까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4분


“버핏은 56% 손실도 견뎌…장기적 관점서 신중한 선택을

주식 직접 투자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된 개인투자자입니다. 나름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 철학을 만들고 이를 실천하려 합니다. 하지만 날마다 세계 경기 침체와 불황의 장기화 가능성, 세계 주식시장의 동반 붕괴가 염려된다는 뉴스만 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올해 들어 8일까지 코스피는 32%나 하락했습니다. 이쯤 되면 직접 투자하는 개인들은 연초 이후 아마도 40%가 넘는 손실을 봤을 겁니다.

아직도 주식을 팔지 않고 갖고 있는 것이 이상하거나 심지어 어리석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세계 증시가 폭락하는 최근 상황에서 추가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아마도 만용처럼 비칠 수 있을 겁니다.

주식 투자에 대한 철학을 갖는다는 것은, 그리고 그 철학을 일관되게 매매에 적용한다는 것은 경험이 오랜 전문 기관투자가에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투자 패턴은 유행이 있고 시류를 탑니다.

지난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 여의도에서는 ‘낙관론자의 승리(Triumph of the Optimists)’라는 책이 많이 회자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광기, 패닉, 붕괴-금융위기의 역사(Manias, Panics and Crashes)’와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화제로 자주 오르내립니다.

만약 세계 경제와 증시가 대공황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라면 주식투자 수익률은 한동안 마이너스권을 벗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주식은 이미 팔았어야 하고, 또 추가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피해야 하지요. 적립식 펀드라면 당장이라도 환매를 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투자자를 만난다면 역사에 나타난 투자의 대가들을 생각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투자의 대가들은 대부분 증시 폭락을 예견해서 주식을 미리 팔았던 사람이라기보다는 주식시장의 부침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 투자 철학을 고수했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안한 시장 환경에서 워런 버핏의 코카콜라 투자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습니다. 버핏은 1987년 주식을 매입한 후 계속 보유해 장기 투자를 실천했고, 1998년 이후 약 5년간 56%의 손실을 견뎌 내는 등 증시의 심각한 부침을 이겨냈습니다.

2008년 세계 증시의 버블이 붕괴되자 투자자들은 증시 하락을 경고하지 않았던 증시 낙관론자를 향해 비난을 던지고 있는데요, ‘낙관론자의 승리’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최근의 경험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착각을 한다”는 구절입니다.

이는 주식 투자를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앞으로 주식시장이 한동안 약세를 지속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본다면 그것은 ‘최근의 경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주식 투자가 만용이라고 느껴질 때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도 역사적인 투자 대가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

정리=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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